건강 극도 '악화', 정치범 석방은 미지수

85일간의 단식 끝에 지난 2월 목숨을 잃은 동료 정치범의 뜻을 이어 단식 투쟁에 나선 쿠바 정치수 기예르모 파리나스(48)가 29일로 물과 음식을 끊은 지 126일째를 맞았다.

심리학자 출신인 파리나스는 정부가 몸이 아픈 정치수들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단식을 접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하며 온몸으로 끝장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파리나스는 단식이 장기화되며 신장 결석과 열, 붇는 증세에 시달리고 있지만 처음의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의료진은 파리나스가 당장 단식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그의 투쟁에 동료 정치수들이 가세하며 쿠바 교도소 곳곳에서 단식 농성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에그베르토 앙헬 에스코베도(43) 등 5명의 수감자가 단식 농성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보다 더 많은 숫자가 투쟁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15년간 두차례 정치범으로 복역했던 리카르도 보필은 미국 지역일간지인 마이애미 헤럴드와 인터뷰에서 10년간 교도소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숨진 오를란도 사파타로 시작된 쿠바 정치수들의 단식 투쟁이 정부의 묵묵부답 속에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사파타와 파리나스의 농성이 국외로 알려지면서 가톨릭 교회가 쿠바의 인권문제에 개입해 논의에 나섰고 이는 정치범이었던 아리엘 시글러의 석방과 12명의 정치수를 자택 근처로 이송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쿠바 전역에는 여전히 190명에 달하는 정치범이 어두운 감옥에서 장기 수형생활을 하고 있으며 병치료나 감옥 내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다.

쿠바 정부가 최근들어 정치범 인권상황에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본질적인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제적으로 쿠바 인권상황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온 일시적인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가톨릭계가 쿠바 정부와 계속 접촉하면서 인권 상황이 보다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를 억압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왔던 쿠바 정부에 낙관적인 희망을 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