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105명,반대 164명, 기권 6명으로 끝내 공식 폐기됐다. 이로써 세종시 수정안 논란은 지난 10개월간 이념과 지역,정파간 끝없는 충돌과 갈등을 빚으면서 엄청난 국가 에너지만 낭비한 채 일단락됐다.

수정안이 국가경쟁력과 고용창출,자족기능 등에서 원안보다 편익이 훨씬 클 뿐 아니라, 절반이 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정치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원안만이 국민들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는 형식 논리만을 앞세우며 이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갈등을 극대화시킨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수정안 폐기의 부작용과 폐해가 현실화될 경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수정안을 주도해온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총리실도 야당은 물론,집권 여당내 친박근혜 계파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당내 분열만 심화시킴으로써 국정운영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공약으로 삼았던 국책 과제를 바꾸는 데 있어 정치적 환경과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국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깨워줬다.

문제는 수정안 폐기가 세종시 논란의 끝이 아니라 또다른 갈등의 시작이 될 게 분명하다는 점이다. 세종시 원안이 갖는 각종 문제점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지만 대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야권은 벌써부터 원안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비롯한 '알파(?g)를 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또다른 수정'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크다.

사실 원안대로 9부2처2청이 세종시로 옮기면 수도가 분할되는 꼴이고 그로 인한 행정 낭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정안 폐기로 서울대와 고려대가 이전을 포기하고 삼성 한화 롯데 웅진 등이 다른 부지를 물색한다면 정부 우려대로 세종시는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한 관청 도시로 전락하고 만다. 그 피해는 세종시 주민은 물론 충청권,전체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야는 이제 그런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별대책반이라도 구성해 원안대로 추진될 경우 생길 수밖에 없는 각종 부작용과 문제점 등을 다시 한번 세밀히 따져보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찾는 게 급선무다. 수정안은 폐기됐지만 세종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국가적 갈등 이슈로 논란의 중심이 될 게 분명하다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