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해냈다.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꿈을 당당하게 이뤘다. 밤새 경기를 보며 응원한 시민들은 피로도 잊은 채 출근길에 나서 만나는 사람마다 환한 얼굴로 축하인사를 나눴다. 나이지리아에 선제골을 내준 뒤에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무승부를 이끌어낸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천안함 사건,나로호 발사 실패,세종시 문제 등으로 가라앉은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기에 충분한 쾌거다.

이번 16강 진출은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로 프리킥을 성공시킨 기성용 이정수,자책골을 멋지게 만회한 박주영,폭넓은 시야로 그라운드를 누빈 박지성 등 모든 선수가 아낌없이 몸을 던져 일궈낸 결실이다. 특히 23명의 선수 가운데 10명이나 되는 해외파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잘 살려냄으로써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이 부쩍 강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영국 프랑스 등 외국언론들이 '한국,빠르고 생동감 넘쳤다'고 칭찬한 것이 그 증거다. 자블라니의 특징을 읽고 세트 피스 위주의 훈련에 집중하는 등 선수들을 조련해낸 허정무 감독의 지도력도 돋보였다.

무엇보다도 FIFA 랭킹 47위의 한국이 세계축구 중심무대로 단숨에 뛰어올랐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출전을 이뤘지만 안방에서 치러진 한 · 일 월드컵을 제외하면 2006년 독일 대회까지 전적이 1승5무11패에 불과했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도 FIFA 랭킹 13위,21위로 우리를 한참 앞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이들을 누르고 16강에 진출했다는 것은 우리 실력이 한 단계 올라선 것은 물론 심리적 위축까지 극복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26일 밤 11시에 치러질 8강전에서 맞붙을 우루과이는 이번 대회 무실점의 철벽수비를 자랑하는 데다 4골을 넣은 강호다. 벅찬 상대임에 틀림없지만 부담감 없이 싸운다면 승산은 있다. 우리는 일단 목표를 이뤘고 자신감도 얻었다. 그동안 키워온 실력을 남김없이 쏟아붓기만 하면 8강 진출도 꿈만은 아니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