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 특별취재팀 = `쌀쌀한 날씨와 고지대 환경을 이겨내야 아르헨티나와 일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축구대표팀이 아르헨티나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를 결전의 땅인 요하네스버그는 해발 1천753m의 고지대다.

해발고도 0m의 저지대인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며 기분 좋게 출발한 태극전사들이 맞닥뜨린 새로운 환경이다.

영하에 가까운 차가운 날씨와 공기 밀도가 낮고 산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고지대 환경이 선수들을 괴롭히는 악조건들이다.

◇추위와 전쟁..방한복에 전기장판까지

대표팀은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에서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하기 직전 선수들에게 방한용 점퍼를 나눠줬다. 쌀쌀한 날씨에 대비해 지원 스태프가 미리 준비한 것이다.

대표팀 버스가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 건 현지시각으로 오후 6시30분. 수은주가 뚝 떨어지면서 기온은 3℃를 찍었고 설상가상으로 차가운 바람까지 불면서 체감 온도는 영하에 가까웠다.

선수들은 방한복을 입은 채 선수단 프리테아호텔 파크토니안에 여장을 풀었다. 다행스러운 건 이 호텔이 난방 시설이 잘돼 있다는 점이다. 선수들이 루스텐버그 숙소로 사용했던 헌터스레스터호텔은 산속에 자리 잡은 데다 난방이 잘되지 않아 선수들이 전기장판을 이용했다. 선수 중 염기훈(수원)만 유일하게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하면서 전기장판을 가져왔다.

그러나 문제는 아르헨티나와 2차전이 17일에도 낮 경기임에도 기온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 당일 날씨는 맑은 편이지만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30분에도 기온은 7∼8℃ 안팎으로 예보됐다.

선수들에게 긴팔 상의 유니폼과 장갑을 지급했기 때문에 보온을 한 채로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감기를 호소한 선수는 없지만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에 선수들의 건강관리가 경기력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대표팀 주치의인 송준섭 박사는 수시로 선수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한편 만약의 감기 환자 발생에 대비해 금지약물 검사에 걸리지 않는 감기약을 준비했다.

강한 바람을 우려했던 포트엘리자베스에선 적당한 온도와 쾌적한 날씨, 양질의 잔디 등 최상의 조건에서 그리스를 2-0으로 물리쳤던 태극전사들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잘 적응하며 경기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고지대 환경 적응도 과제

요하네스버그는 지대가 높기 때문에 산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선수들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유다.

특히 저지대인 포트엘리자베스에서 경기를 치르고 올라왔기 때문에 선수들은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등 체내에서 상당한 변화가 생긴다.

나이지리아와 1차전을 같은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파크에서 치렀던 아르헨티나 선수들보다 태극전사들이 불리함을 안고 싸워야 하는 셈이다.

대표팀은 이를 대비해 지난달 25일부터 해발 1천200m의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서 열흘여 담금질을 했고 지난 5일 남아공 입성한 후에도 요하네스버그와 큰 차이가 없는 베이스캠프 루스텐버그(해발 1천233m)에서 훈련해왔다.

또 한국에서 공수한 고지대 적응용 산소마스크를 쓰고 산소량을 줄여 호흡하는 방식으로 나름대로 고지대 적응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추위에다 `마구'로 불리는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와 맞물리면서 고지대 환경이 태극전사들에게 부담될 수 있다.

고지대에선 희박한 공기 때문에 공의 스피드는 빨라지고 비거리가 길어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자블라니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피버노바나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사용했던 팀가이스트 못지않게 반발력이 커 고지대에서 공의 궤적 변화가 심하다.

이 때문에 골키퍼가 공의 낙하지점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필드 플레이어들도 크로스와 슈팅의 정교함이 떨어진다.

허정무 감독은 그동안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코치의 지도로 강한 체력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고지대 환경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 훈련해왔던 한국-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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