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과 '김길태 사건'의 충격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등굣길 초등학생이 납치돼 성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피해 학생은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오전 10시에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시민들이 느끼는 충격의 강도가 높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갈수록 대범해지는 양상임을 보여준 것이다.

◇학교도 '안전지대' 못돼 = 경찰과 성폭력 상담·예방 관련 단체에 따르면 아동 대상 성범죄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2008년 조두순 사건은 등교 시간인 아침에 발생했다.

2006년 용산의 허모양 사건과 2008년 안양 혜진ㆍ예슬양 사건 등은 오후 늦게 벌어졌다.

성폭행 장소는 피해자와 가해자 집이 많았지만 제3의 장소도 절반을 넘었다.

해바라기아동센터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상담접수된 성폭력 사건 1천91건을 발생 장소별로 나눠본 결과 피해자 집이 272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해자 집이 186건으로 뒤를 이었다.

어린이집(62건), 유치원(42건), 통학버스(37건) 학교내(26건), 놀이터(23건) 등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마저 성범죄자의 범행 장소가 된 것이다.

이번 사건도 오전 10시께 외부인 출입이 쉽지 않은 학교에서 일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은 6세 이하 122건, 7세 이상∼12세 이하 895건 등 총 1천17건이 발생해 하루에 2.78명꼴로 피해를 봤다.

성범죄 피해를 본 뒤에는 주변에 이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피해자인데도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2차 피해가 뒤따르기도 한다.

◇쏟아진 대책 無效…"재범 억제 교육 필요" =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김씨는 20여년 전 강간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상습 성범죄자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조두순, 김길태 사건 이후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온갖 대책을 쏟아냈고, 경찰도 아동안전지킴이, 아동안전보호협의회 등을 운영하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예방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올해 3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발찌법)은 2008년 9월 이전에 1심 판결을 받아 당시 형 집행 중이었거나 집행이 종료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던 성폭력 범죄자도 전자발찌를 착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에 범행을 저지른 김씨는 20년전 강간 전과가 있었지만 소급 기간에 해당되지 않아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단순 격리와 감금만으로는 성 범죄자의 재범행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나무여성인권상담소 김영란 소장은 "형량을 높이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다"며 "교도소 안에서 재범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 즉 그 사람을 변화시키는 개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아이들이 안전한 시선에 있는지 안전망부터 체크를 해야 한다"며 "학교 안에서는 최소한의 안전 점검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