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께 귀금속 상가들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3가 일대.100여개가 넘는 이곳 귀금속상가 대부분은 썰렁했다. 한 상가 안에 많게는 30여개가 넘는 초소형 판매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상가 안에 고객이 한 명도 없는 곳이 대다수였다. Y귀금속 직원인 최모씨(27 · 여)는 "최근 일주일 새 금을 사간 손님은 단 한 명뿐이었다"며 "금값이 급등하자 커플링 수요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거래 끊긴 귀금속시장

"예물 손님마저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판입니다. " 국내 도매가격이 3.75g(한 돈)당 20만원을 돌파하고 소매가격은 상가별로 21만7000~22만원 선을 오간 이날 서울 종로3가의 한 금은방 주인 김모씨(51)는 "순금 한 돈 가격이 20만원 대로 오르면서 예물을 제외한 나머지 수요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돌 반지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Y귀금속 직원 최모씨도 "금값이 오르자 갖고 있던 금을 팔겠다는 고객은 어제 오늘 꽤 늘어났지만 금을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금은방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만 수십개 업소가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강세 이어질 듯

국내 금 도매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20만원을 넘어서며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은 국제 금값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원 · 달러 환율마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재정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영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1560억파운드로 국내총생산의 12%에 달한다"고 경고하자 국제 금값은 전날 사상 최고치인 1246달러(런던금시장협회 기준)로 치솟았다. 원화 환율 상승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날도 원 · 달러 환율이 1248원70전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값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태원 삼성선물 해외상품선물팀장은 "안전자산을 찾는 주요 펀드들이 금 선취매에 나서고 있어 다른 원자재와 달리 금값 강세가 당분간 꺾이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 CPM그룹 애널리스트인 카를로스 산체스는 "투자자들이 세계 경제 전체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금뿐 아니라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금값이 이달 말 13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김철수/김현석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