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가 미국에 미친 영향이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금융불안이 확산되면 미국 경제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 회복을 좌우하는 고용과 소비 지표가 시장 예상을 밑돌아 '소프트 패치'(경기 상승세 속의 일시적인 둔화)가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지난 4일 발표된 미국의 '5월 고용현황'에 따르면 민간부문 고용은 4만1000명 증가에 그쳤다. 4월 중 민간에서 21만8000명의 고용이 이뤄진 데 비춰 고용 회복이 급격히 둔화된 것이다. 월가에서는 지난달 민간에서 15만명가량의 고용 증가를 예상했었다. 부문별로는 서비스업 분야에서 3만7000명,제조업에서 2만9000명의 고용이 증가했지만 건설업 분야에서 3만5000명이 감소했다. 특히 27주 이상 장기 실업자수는 670만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6%에 달했다. 이는 노동부가 고용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40년대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월가에서는 고용시장 회복을 민간에서 한 달에 10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지 여부로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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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재정위기 우려와 맞물려 민간 고용 부진은 지난주 금요일 주식시장 투자심리를 짓누르며 투매를 유발했다.

고용 불안감이 커지면 가장 타격을 받는 분야가 소비다. 소비는 미국 경제 성장의 70%를 차지한다. 최근 톰슨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5월 중 28개 주요 소매점의 동일 점포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2.5% 증가했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2.6%)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미 진보자유센터의 헤더 바우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일 뉴욕타임스(NYT)에 "고용시장이 L자형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5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도 59.7로 전달(60.4)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미국 경기에 대한 판단 자체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