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통위 회의 결과 주목

국제기구 수장들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잇달아 제기해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우리나라의 `강력하고 빠른' 경제 회복세를 강조하면서 금리를 올릴 때가 됐다고 발언하고 나선 것.
스트로스-칸 총재와 구리아 총장은 3일부터 5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를 맞아 연합뉴스와 한 릴레이 인터뷰에서 이러한 견해를 밝혔다.

금리 결정 주체인 한국은행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는 금리를 올릴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인상마저 풍기는 상황이다.

반면에 기획재정부는 아직 금리를 올리기에는 이르다는 뜻을 한결같이 견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통위 열석발언권(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온 재정부 차관이 앞으로는 금통위원들이 금리를 결정할 때 자리를 비우기로 해 오는 10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가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IMF에 이어 OECD도 "금리 올려야"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기한 국제기구 수장들이 한결같이 강조한 부분은 국내 경제의 `강력하고 빠른' 회복세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다.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면 실물경제에서 왜곡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조치로 미리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한국의 회복세가 강력하고 빠르다고 언급한 뒤 "그러나 정책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이례적인 완화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목표 범위 내에서 물가상승률을 유지하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붙들어두려면 정책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스트로스-칸 총재도 "(한국의)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는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금리 정상화 과정을 시작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발언은 그동안 우리 경제가 숨 가쁜 회복세를 보여 이제는 향후 현실화될 물가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올해와 내년 각각 5%와 4%를 넘는 경제 성장률이 예상되는데도 14개월째 유지된 기준금리 2%는 지나칠 정도로 낮은 만큼 차츰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긴축 전환'이라기보다는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G20 차원에서 이미 각국의 상황에 맞는 출구전략을 펴기로 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한은 창립 6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서 "나라마다 경제 여건이 다르므로 출구전략의 적절한 시점도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며 "한은은 중기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은 "큰 틀에서 공감"..이번달 금통위 관심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IMF와 OECD 수장의 발언에 대해 한은은 큰 틀에서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인상 시기는 남유럽 재정위기의 여진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팩트(사실)"라며 "금리가 당장 정상화는 어렵더라도 정상 수준에 가까이 가 있어야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로스-칸 총재와 구리아 총장의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의 포지션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게 남유럽 재정위기의 파급 여부"라며 "유럽중앙은행(ECB)과 IMF의 지원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최근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금리 인상 시기는 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금리를 올리기에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아직 튼튼하지 못하다는 입장에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출구 전략을 할 것"이라면서도 "정부 입장은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가 금통위 열석발언권과 관련해 금리 결정 때 차관이 자리를 비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다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오는 10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서 당장 금리를 올릴 확률은 낮지만 김중수 총재가 지난번 금통위 때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는 저금리 기조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한은 관계자는 "G20 의장국으로서 선제적 출구전략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정부와 청와대도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하도록 설득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부산연합뉴스) 심재훈 고병준 김용래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