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생산과 투자 활동이 4월에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주요 지표의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지만,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경기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경기선행종합지수가 넉 달째 하락한 것은 남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대외 변수에 따른 하반기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생산 6개월째 두자릿수 증가..전월 대비로는 주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4월 광공업 생산은 작년 4월보다 19.9% 늘었다.

증가세가 10개월째 이어졌고 두자릿수 증가율은 6개월째 계속됐다.

자동차와 반도체, 기계장비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다만, 전월보다는 0.2%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2월 3.4%, 3월 1.7%에 이어 조금씩 축소되고 있는 흐름이다.

생산활동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되지만, 상승세가 주춤해졌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월 대비 증가세 둔화는 2월과 3월의 높은 증가세에 대한 기저효과 등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 가동률지수는 작년 4월보다 14.1% 증가했지만, 전월보다는 0.2%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2.2%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다만,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4월보다 3.8% 늘면서 6개월째 증가했다.

레저 관련 서비스업이 호조를 보였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승용차, 컴퓨터, 의복 등의 판매 증가로 7.1% 늘었지만, 전월보다는 1.7% 줄면서 두 달째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 감소한 데는 작년 세제혜택에 힘입어 하반기 소비 증가세를 이끌었던 승용차 판매가 올해 들어 넉 달째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상저온도 한몫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와 운송장비 업종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월보다 25.7% 늘면서 6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전월보다는 5.9% 줄었다.

전월 대비 감소는 3월에 일반기계류 투자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보인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국내 기계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25.6% 증가하면서 두 달째 늘었다.

건설지표는 여전히 부진했다.

4월 건설기성은 전년 동월 대비 5.4%, 전월 대비 7.0%가 각각 감소했다.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라 건축공사와 민간부문이 부진했던 탓이다.

다만, 건설수주는 민간 및 주택부문에서 증가한 반면 토목은 급감했다.

토목 수주가 작년 4월보다 61.4% 감소한 것은 작년 상반기 경기를 떠받쳤던 정부 부문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4월 공공 발주는 69.8% 줄었다.

그나마 민간 발주가 192.8%, 주택(200.0%)을 포함한 건축 부문이 102.0% 늘어난 것은 긍정적 대목으로 평가된다.

◇선행지수 4개월째 하락..하반기 동행지수도 하락 전망

산업생산이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앞으로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는 4개월째 떨어져 하반기에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1월에 전월보다 0.3% 떨어져 1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2월 1.0%포인트, 3월 0.6%포인트, 4월 1.2%포인트 떨어졌다.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지표별로 보면 재고순환지표와 소비자기대지수, 건설수주액, 구인구직비율, 장단기금리차 등 5개 지표가 하락했다.

이중 출하증가율에서 재고증가율을 뺀 값인 재고순환지표는 1월 3.6%포인트, 2월 -4.3%포인트, 3월 -7.2%포인트, 4월 -8.0%포인트로 가파르게 떨어져 재고조정이 선행지수의 하락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4월 생산자제품 재고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기저효과 등에 따라 반도체(59.3%)와 자동차(17.5%)의 재고가 증가하면서 작년 동월 대비 10.9% 증가해 이 업종의 생산 모멘텀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의 재고출하순환은 출하증가폭이 재고증가폭을 웃돌아 경기상승국면에 머물렀지만 전년 동월 대비 출하의 증가폭이 축소되고 재고는 증가하는등 조금씩 하강국면에 다가서는 모습이다.

선행지수 지표 중 상승한 5개 지표인 기계수주액과 자본재수입액, 순상품교역조건, 종합주가지수, 금융기관유동성 등의 증가율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기계수주액은 3월의 4.7%에서 4월에는 1.6%로 떨어졌다.

NH투자증권 김종수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 이후 선행지수와 동행지수의 시차가 7개월 정도 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부터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하락이 추세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재고순환지표의 둔화는 경기회복 국면에서의 재고조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연구조정실장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회복속도의 위축 영향으로 하반기에 경기회복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그러나 침체에 빠지거나 더블딥(경기 상승후 재침체)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의 하락은 지난해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도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경기회복세가 완연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5월에 날씨가 풀리면서 소비가 늘고 제조업의 수출 증가세 등으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김준억 기자 prince@yna.co.kr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