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모든 상황을 종합해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31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0-1로 패하고 나서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벨라루스와 평가전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 마감시한(2일 오전 7시)을 앞두고 `옥석 가리기'를 위한 마지막 시험무대이자 그리스를 가상한 모의고사였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해서다.

허정무 감독의 계획은 이번 평가전에 국내파를 무한정 투입해 최종 점검하려 했던 것부터 틀어졌다.

"A매치로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선수들을 대거 교체해 마지막으로 점검하겠다.

45분 이상을 뛰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벨라루시와 합의에도 오스트리아축구협회가 흥행 등을 고려해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교체 선수는 6명으로 제한됐고 허정무 감독은 고심 끝에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박주영(모나코)과 이근호(이와타)가 지난해 10월 14일 세네갈과 평가전 이후 7개월여 만에 투톱 호흡을 맞췄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밴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이 좌우 날개를 맡았다.

기성용(셀틱)-신형민(포항)이 중앙 미드필더 듀오로 나섰고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김동진(울산)-조용형(제주)-곽태휘(교토)-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늘어섰다.

골키퍼 장갑은 주전 수문장 이운재(수원)가 꼈다.

중앙 미드필더 주전으로 활약했던 김정우(광주 상무)가 벤치를 지키고 김동진이 붙박이 왼쪽 풀백 이영표(알 힐랄) 대신 선발 출장한 것만 예상과 다른 것이었을 뿐 베스트 11 대부분이 가동됐다.

전반 32분 곽태휘(교토)가 부상으로 빠지자 이정수(가시마)가 중앙수비로 교체 기용됐고 후반 들어 김남일(톰 톰스크), 안정환(다롄 스더), 염기훈(수원), 김재성(포항)이 각각 기성용, 이근호, 박지성, 이청용을 대신해 들어갔다.

후반 28분 이승렬(FC서울)은 박주영(AS모나코)의 교체 선수로 테스트를 받았다.

이날 기용된 선수 대부분이 예비 명단 26명 중 최종 낙점을 받을 23명에 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드필더 신형민과 김재성은 경계선에 놓여 있어 탈락자 세 명 후보 리스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이날 교체 선수에도 들지 못한 이동국(전북)과 김보경(오이타), 구자철(제주)도 입지가 다소 불안하다.

이동국은 지난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 때 다쳤던 허벅지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실전경기에 투입되지 않고 있다.

허정무 감독에겐 쓰려니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고 버리자니 경험과 재능이 아까운 `계륵'같은 존재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에 앞장섰던 3총사 중 이승렬이 이동국의 부상 변수로 공격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반면 김보경과 구자철은 여전히 월드컵으로 가는 티켓을 손에 넣을지 장담할 수 없다.

김보경은 염기훈과 함께 드문 왼발 자원인 데다 측면과 중앙을 모두 설 수 있는 전천후 선수라는 강점이 있다.

구자철은 빼어난 경기 조율과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 능력을 지녔다.

또 부상에서 회복한 오른쪽 날개 김재성과 이날 김정우 대신 선발 출장한 신형민 등 `포항 듀오'도 허정무 감독의 낙점을 기대하고 있다.

김재성은 강철 체력에다 이청용의 뒤를 받칠 오른쪽 측면 백업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신형민은 몸싸움이 강하지만 베테랑 김남일의 벽을 넘어야 한다.

또 구자철과 막판 경쟁도 변수다.

허정무 감독을 더욱 고민스럽게 하는 건 중앙수비수 곽태휘의 부상이다.

왼쪽 무릎을 다친 곽태휘는 이정수와 함께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장신군단' 그리스와 경기 선발 출전이 기대됐다.

하지만 곽태휘 부상 탓에 포지션별로 두 명씩 고정했던 수비진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김형일이 조용형과 이정수의 유일한 백업 자원이어서 곽태희의 공백을 메울 한 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동국의 부상 회복 정도에 따라 이동국을 최종 엔트리에 넣을지 아니면 젊은피 이승렬을 뽑을지도 허정무 감독의 여전한 골치거리다.

"최종 엔트리에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 허정무 감독은 1일 최후의 23인 태극전사를 발표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쿠프슈타인<오스트리아>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