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반걸음 다가왔다면 이번엔 한걸음 다가왔다. "

30일 제주에서 열린 한 · 일 · 중 정상회의 2차 세션을 끝내고 발표한 3국 정상 공동 언론발표문에 천안함 사태를 담은 것을 두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28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시시비비를 가려…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이어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설명이다.

◆무슨 얘기 나눴나

2차 세션에선 예상대로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 완벽하게 보조를 맞췄다. 이 대통령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지만…"이란 표현을 써 눈길을 끌었다. "전쟁을 원하지도 않고 전쟁할 생각도 없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대북 압박 강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해결책은 북한이 먼저 변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천안함 도발에 대해 재발 방지 약속뿐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하토야마 총리도 북한의 명백한 반성과 사죄를 요구했다. 그게 전제돼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에 대해서도 강력한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만약에 일본이 같은 방식의 공격을 받았다면 자위를 위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공약수 끌어낸 것"

원 총리가 이날 '국제합동조사단과 각국의 반응을 주시하겠다''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어떤 행동도 규탄한다'고 한 것은 지난 28일 이 대통령과 회담 때 했던 말이다. 다만 책임 있는 국가라는 말을 추가했으며 6자회담 재개 앞에 '장기적으로'라는 말을 붙였다. 천안함 사태 파장을 좀 더 두고 본 후에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우리 측과 보조를 맞춘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원 총리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공동발표문을 통해 천안함 사태를 직접 언급하고 향후 지속적이고 적절한 대처에 합의한 것은 중국의 입장에 진전이 이뤄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두 차례의 3국 정상회의에서는 폐막 공동회견에서 정상들이 각자 입장을 발표했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공동발표문을 만드는 데 원 총리가 동의한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국의 공통인식 가운데 '최소공약수'를 끌어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지만 원 총리가 '북한'이나 '유엔 안보리'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중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