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10명 사망, 미군 9명 부상

춘계 대공세를 예고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중심 기지인 바그람까지 공격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1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오전(현지시각) 자살 폭탄 등으로 무장한 대원들을 동원해 카불 인근 바그람 공군지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미군 복장을 한 이들은 바그람 기지에 로켓포를 발사하고 기지 정문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는가 하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제안보지원군(ISAF)과 8시간 동안 격렬한 교전을 벌이며 기지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10명의 탈레반 대원이 사살됐고, 미군 병사 9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바그람 미군 대변인인 버지니아 매케이브 소령은 "새벽 3시에 시작된 교전으로 무장대원 10명이 죽었고, 미군 병사 7명이 부상했다.

그들은 로켓포를 쏘고 수류탄과 소화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로켓포를 맞은 기지내 건물이 일부 파손됐지만 작전상 필요한 건물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8시간 동안 폭발과 총격전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파르완주 경찰 사령관인 압둘 라만 세예드카일은 "미군 초병이 기지 앞에 주차된 차량에서 수상한 남성을 발견하고 사격하면서 교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이날 외신과 통화에서 자신들이 모두 20명의 전사들을 보내 바그람 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살폭탄 대원 4명이 자폭 공격을 가해 다른 대원들이 기지로 진입했다고 주장했으나, 미군 측은 탈레반이 기지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탈레반은 전날에도 수도 카불 시내에서 차량을 이용한 폭탄 테러를 감행해 미군 병사 5명을 포함해 18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비교적 치안상태가 양호한 카불과 바그람 기지가 잇따라 탈레반의 공격을 받으면서, 아프간 정부와 외국군 주요 시설에 대한 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바그람 기지에는 한국이 운영하는 병원과 지방재건팀(PRT)의 임시 사무소도 있다.

탈레반의 공격을 받은 바그람 기지는 한국 PRT와 파병부대 아세나가 주둔할 지역에서 불과 15㎞정도 떨어져 있어, 이날 공격은 한국 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편, 탈레반은 지난 8일 지도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오는 10일부터 아프간 전역에 있는 외국인과 그들의 대리인을 대상으로 새로운 공격을 개시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탈레반은 "우리는 외국 침략자들의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한다"며 "이 임무를 위해 올 봄 우리는 '알-파트(승리)'라는 이름 아래 미국과 나토 회원국 및 그들의 대리인을 상대로 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탈레반은 공격 목표로 미국인과, 나토군 관계자, 외국인 자문가, 외교관으로 가장한 스파이와 현 아프간 정부 공무원 등을 열거했다.

또 공격 방식으로는 '치고 빠지기', 도시 간 작전, 도시 포위, 이동로 및 군 시설 봉쇄, 사제폭탄 설치, 정부 요인 암살, 외국인 침략자 납치 등을 제시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