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움직인 에버랜드 신입사원의 문화특강
"그루밍족,조폭 떡볶이,드레스카페를 아십니까. "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에버랜드 프레젠테이션룸에서 이색 특강이 열렸다. 청강생은 최주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을 비롯한 임원 20여명이었고,강사로는 이 회사 신입사원 최영 주임과 윤나래 주임이 나섰다.

주제는 '세대공감, V세대 핫 플레이스 엿보기'였다. V세대는 1990년대 X세대,2000년대 Y세대에 이어 2010년대 젊은이들에게 붙여진 별칭이다. 이들 V세대는 에버랜드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이날 특강은 신입사원과의 소통이라는 목적과 함께 임원들이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루밍족을 아십니까

강사 두 명은 V세대가 자주 찾는 곳의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며 강의를 진행했다. 이 화면은 8명의 신입사원 동료들과 함께 직접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취재한 것이다.

먼저 신세대들이 자신을 가꾸기 위해 찾는 곳을 소개했다. 유니클로,자라(ZARA) 등 글로벌 브랜드의 의류매장에 이어 남성전용 뷰티숍인 맨스튜디오를 찍은 화면을 보여줬다. 최영 주임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그루밍(grooming)족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남자들도 자신을 가꾸기 위해 화장을 많이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세대들의 먹고 마시는 문화 소개로 이어졌다. 최 주임은 "브런치(아침 겸 점심),핸드드립 커피(손으로 내려 마시는 커피)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조폭떡볶이,봉지에 넣어 파는 칵테일 등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즐기는 공간으로는 홍대에 있는 카페풍의 병원 '제너럴닥터',웨딩드레스를 입어볼 수 있는 드레스카페,애플 제품을 만져보고 놀 수 있는 '프리스비' 등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윤나래 주임은 이 밖에 "룸카페,스터디카페,레지던스 호텔,퀴즈카페 등도 V세대가 즐겨 찾는 곳"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윤 주임의 설명이 이어졌다. "V세대가 단순히 먹고 마시느라 돈을 막 쓰는 게 아니라 합리적 소비를 위해 노력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코펀(COCOFUN)을 이용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입니다. " 코코펀은 무료쿠폰을 모아 놓은 일종의 매거진이다.

◆최주현 사장도 홍대 경험

신입사원들이 내린 결론은 "V세대는 자라,유니클로 같은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브랜드를 선호하면서도 핸드드립 커피 같은 '슬로' 음식을 즐기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날 특강을 들으며 임원들은 연방 유쾌하게 웃으며 때로는 공감하고,때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임원은 "정말 좋았다"며 "우리집 아이들도 나한테 이런 것은 안 가르쳐 주는데…"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주현 사장은 이 자리에서 "나도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홍대앞 클럽에 가본 적이 있다"며 경험담을 얘기하기도 했다. 고객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머무르는 곳을 찾아가 이들을 이해하려 애썼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그러나 클럽 진입을 시도하다 한 번 '퇴짜'를 맞은 뒤 다양한(?) 설득작업을 펼친 끝에 들어설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V세대=용감하고(valiant),다양하고 (various) 생기발랄(vivid)하다는 뜻으로 붙여진 별칭이다. 한국경제 성장의 도약기였던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태어난 세대로 개성 있고 자신감이 강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