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시장 경쟁점화..공급 과잉오나

동국제강이 당진 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포항-당진 연산 440만t 후판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동국제강은 12일 당진공장 준공식을 개최하고 고장력강과 광폭 조선용 후판 등 전략제품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국내 후판 시장을 염두에 두고, 고급재 중심의 시장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후판은 보통 두께가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주로 선박, 건설 등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이다.

동국제강측은 "지난 2008년 연간 780만t을 수입할 정도로 국내 후판 시장은 심각한 공급부족 상황"이라며 "후판 공장 증설은 조선과 중공업 등 대표적인 후판 수요업체들의 오랜 요구 사항이다."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으로서는 1세대 창업자인 장경호 회장이 1971년 우리나라 최초로 부산제강소에서 후판 생산을 시작한 이후, 장세주 회장까지 3대에 걸쳐 후판만 전문으로 공급한 만큼 `후판명가'의 역사를 이어가는 자존심이 걸린 일이기도 하다.

실제 이번 당진 공장 건설은 장 회장의 결단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장 회장은 지난 2007년 당진 공장 건설을 결심하며 "앞으로 시장은 초대형 선박과 건축물, 해양구조물, 플랜트 등에서 창출될 것인데, 현재에 머물면 기존 업체들과 가격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안팎에선 최근 일관제철소를 완공한 현대제철이 후판 시장 진출에 나선데다, 이번 당진 공장 가동까지 맞물려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사이놓게 나눠먹던 후판 시장에 본격적인 경쟁이 불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포스코도 하반기 광양에 연산 200만t 규모 후판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공장까지 가동하면 국내 철강 3사의 후판 생산 용량이 올해 900만t에 육박, 공급과 수요가 엇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 경기 침체로 잇단 수주 취소가 발생하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사상 초유의 공급 과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연구원 김주한 선임연구위원은 "후판 내수시장이 정체한 최근 상황에서 각 철강사의 공급이 늘어난다면 공급 과잉 상태가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원자재 값이 오르더라도 다른 철강 제품과 달리 후판 가격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후판 내수시장은 지난해 기준 1천35만t으로 이 가운데 국내 기업인 포스코가 35%, 동국제강 30% 내외, 중국과 일본 등에서 수입한 제품이 35% 안팎을 점유하고 있다.

(당진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