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뛰어 거품이 생기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주택건설업체들은 전국 곳곳에 마구잡이로 아파트를 짓는다. 한몫 챙기려는 욕심에 분양가는 턱없이 높게 책정된다. 수요자들의 외면으로 미분양이 쌓이면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몇몇 건설업체들이 쓰러지는 것은 필연이다. 줄도산을 방치할 것이냐는 업계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결국 정부는 지원책을 내놓는다. 정부나 업계 모두 달라지는 게 없이 매번 되풀이되는 악순환이다.

또다시 미분양 아파트 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5조원을 들여 미분양 4만채를 줄인다는 방안으로 대한주택보증이 3조원을 풀어 환매조건부로 2만채를 직접 매입하고,리츠 펀드 등을 통해 2만채를 소화하기로 했다. 팔리지 않는 아파트를 담보로 건설업체에 국민 세금을 대준다는 얘기다.

물론 사정은 다급하기 짝이 없다. 드러난 것만 11만6000채의 미분양에 무려 50조원의 자금이 묶여 하루를 버텨내기 힘든 업체가 속출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시장에 맞춰 탄력적인 정책을 쓰는 게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고,위기에 처한 건설업계를 살려내 성장과 고용에 도움될 수 있다면 정부 지원을 탓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건설업이 아직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약 15%,전체 고용의 7%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그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두고만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까지 사주어야 하는 지경까지 온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비정상이다. 지금의 위기는 주택건설업계가 자초했고 스스로 책임져야 할 사태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지원책마저 환매조건부 매입가격이 분양가의 절반 이하로 너무 낮다며 불만이지만 그들이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님은 스스로 잘 알 것이다.

미분양의 본질은 한마디로 주택건설업계의 투기가 불러온 부메랑에 다름아니다. 소비자의 수요와 구매력은 무시된 채 팔리지도 않는 곳에 막무가내로 아파트를 쏟아내 비싼 값을 매긴 모럴해저드의 결과인 것이다. 지금 미분양이 가장 심각한 부산 대구 광주만 해도 그렇다. 이들 대도시의 주택보급률은 2006~2007년 모두 100%를 넘었다고 한다.

이미 그때부터 미분양이 발생했는데도 지난 5년간 부산에서 10만채,대구와 광주에서 각각 6만채 이상의 아파트가 쏟아졌다. 수급을 조절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는 그 책임을 방기(放棄)하고 건설업체들은 배짱분양으로 일관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 건설업체가 너무 많다. 많은 건설사들이 쓰러졌던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일반건설업체 수는 4200여개였다. 단종(單種)면허로 하청공사만 맡는 전문업체를 빼고도 그렇다. 그런데 10년 동안 일반건설업체는 무려 3배로 늘어나 현재 1만2300여개에 이른다. 너도나도 부나방처럼 주택건설사업에 달려들어 스스로 함정을 판 꼴이다.

분명한 것은 주택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 건설업체 수도 줄어들어야 하고,수요가 감퇴하면 분양가도 마땅히 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시장에서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고,어려울 때 거품을 만들어낸 산업구조를 바꾸면서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 정부가 굳이 시장에 개입한다면 그것이 바로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주기적인 집값 급등 이후의 부동산 경기 침체,그런 시장상황을 무시한 건설업계의 고가 배짱분양,미분양 누적,정부 지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왜 자꾸 반복되고 그 고리를 끊지 못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지금이야말로 건설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계의 지속 성장이 가능토록 하는 정책의 근본을 되찾아야 할 때다. 오죽하면 업계 생리를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경고하고 정부 차원의 엄정한 대응을 강조했을까.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