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책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 중 논의가 가장 지지부진한 사안이다.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대의명분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나 돈을 댈 것이냐'의 문제로 들어가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보니 금융 개혁에 비해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고 있다.

◆재원 조성 방법 이견

기후변화 대응책 중 '뜨거운 감자'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재원 마련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50년까지 개도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최대 1000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현재까지 조성된 기금은 100억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 기금의 시한은 2012년까지다.

결국 새로운 재원 조성이 관건인데 이 대목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 차이가 크다. 중국 인도 등 개도국 대표주자들은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한다.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재원 조성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선진국은 '최근 온실가스 배출 주범은 개도국'이라고 맞받아친다. 일부 최빈국을 제외한 모든 개도국이 재원 조성에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같은 견해차로 지난해 9월 G20 피츠버그 정상회의와 12월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모두 구속력 있는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논의 주체'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선진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재원 조성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유엔에서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G20 의장국인 한국은 신중한 자세다. 권해룡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무역국제협력국장은 "기후변화 문제를 G20 정상회의에서 다룰지,유엔에서 다룰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이 G20 의장국 위상에 걸맞게 행동해야 할 때"라며 "선진국의 역사점 책임을 부각하는 동시에 개도국도 재원 조성에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보조금 철폐도 지지부진

화석연료 보조금 철폐 안건도 G20 정상회의 의제로 올라 있다. 미국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조금 덕에 화석연료 가격이 싸지면 과잉 소비를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보조금을 없애자는 얘기다. 각국이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선 '오는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 때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기에 걸쳐 합리적이고 점진적으로 철폐하는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과잉 소비를 조장하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제한한다는 전제 아래 어떤 보조금이 그런 성격인지를 놓고 각국이 의견을 교환하는 단계"라며 "특정 보조금을 문제 삼아 없앨 거냐 말 거냐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