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8억4천만원…입주땐 7억 5천만원
"입주가 시작되면 '물량 폭탄'으로 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건설사도,입주예정자들도 안절부절못하고 있습니다. "

27일 경기도 용인시 성복 · 동천 · 신봉지구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시세보다 싼 분양권 매물이 쌓여 있었다. 내달 30일부터 성복동 '성복힐스테이트 3차'를 시작으로 대규모 물량이 입주하면 공급 초과로 값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내놓은 것들이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보다 5000만~6000만원 낮은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고분양가 후폭풍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용인 · 고양 · 파주 등에서 연말까지 총 1만5000여채가 입주를 시작한다. 용인지역에선 성복 · 상현 · 동천지구에서 내달부터 연말까지 6000여채가 입주한다. 고양 식사지구는 9월부터 4700여채가,파주 교하에선 6월부터 4300여채가 집들이를 한다.

이들 지역은 입주가 다가오면서 '매물 폭탄' 우려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고가 밀어내기' 분양이 성행한 곳이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물건들이 널려 있지만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 거래는 끊겼다. 3.3㎡당 평균 1500만원에 분양됐던 용인시 성복 · 신봉지구의 경우 기존 아파트 시세와 최고 3.3㎡당 400만원까지 차이가 나고 있다. 3.3㎡당 평균 1700만원에 공급됐던 동천지구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20~30% 높아 5000만~1억원까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파주 교하 및 고양 식사 지구도 대형 평형의 경우 5000만~7000만원,중소형 평형의 경우 2000만~4000만원 싸게 매물이 나오지만 매수세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급해진 입주 예정자

입주 예정자들은 시세가 분양가를 크게 밑돌자 초조해하는 모습이다. 용인 성복동의 152㎡형 아파트를 계약한 김모씨는 "3.3㎡당 분양가가 1560만원이고, 여기에 옵션과 취득 · 등록세를 더하면 8억400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며 "7억5000만원에 내놔도 팔리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고분양가'를 이유로 단체 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용인시 성복지구 입주예정자들은 최근 집회를 갖고 시행사와 시공사에 분양가 인하를 요구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측은 "시세보다 분양가가 턱없이 높은 만큼 계약자들에게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무상 옵션,분양가 할인 등 추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행사는 입주예정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래 침체로 입주예정자 이중고

입주예정자들은 거래 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다.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입주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성복지구 입주예정자 박경미씨는 "살던 집을 팔아야 이사를 할 수 있는데 아무리 급매물로 내놓아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말했다. 성복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191㎡ 형 급매물이 6억원에 나왔지만 문의도 없다"고 전했다.

정부가 내놓은 '4 · 23 거래 활성화 대책'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새 주택으로 옮겨가는 사람이 내놓은 주택을 구입할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되지만 전용면적 85㎡ 이하여야 가능하다. 성복지구의 경우 분양자들의 상당수가 서울 강남권 중대형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 이어서 미분양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높은 값에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본격화되고 있어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철/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