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주요 의제 분석] (7) '흑자국 내수 늘리고 적자국 저축 확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 중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협력체계'는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세계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반성이 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 또는 적자를 줄이는 것은 각국의 거시경제정책 및 산업구조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경상수지 불균형 축소 합의

글로벌 불균형 해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원국 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불균형에 기반한 경제 성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경상수지 흑자국들은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고 이는 미국의 저금리를 지속시키면서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킨 원인이 됐다. 자산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이 금융위기에 빠지자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기본 방향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에서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경상수지 흑자국이 국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적자국은 저축을 늘리는 등 공동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 흑자국은 내수 소비를 늘려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고 적자국은 저축을 확대해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G20는 오는 6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한 뒤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최종 채택할 예정이다.

◆불균형 원인 · 해법에는 이견

회원국들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의 필요성과 기본 방향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선언적 수준을 뛰어넘는 실효성 있는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세계적인 차원의 노력이 개별 국가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 적자국은 소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고 흑자국은 기존의 수출 의존적 경제성장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글로벌 불균형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있어 합의 도출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의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면서 수출을 늘린 것이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불균형 해소를 위해 흑자국의 통화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과도한 소비를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위안화 가치가 21% 절상됐음에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꾸준히 늘어났다는 점에서 위안화 환율을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중국의 반론이다.

◆한국,내수확대 전략 필요

한국은 G20 회원국 중 '선진 흑자국'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정부는 단기적인 국익에 치중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제 자본의 급격한 이동을 제한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성장 엔진을 수출에서 내수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고도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국내 소비가 증가해야 하는데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소비를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상수지 흑자가 줄지 않을 경우 원화절상 압력과 시장개방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