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경호원 오스트리아서 총격 피살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의 인권 범죄를 폭로했던 내부 고발자가 암살된 사건에 대통령 최측근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7일 보도했다.

카디로프 대통령의 경호원이었던 우마르 이슬라일로프(27)는 대통령이 납치, 살해 등에 개입했다고 유럽인권재판소(ECHR)에서 폭로한 뒤 오스트리아에서 숨어지내다가 지난해 1월 13일 대낮에 길거리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

오스트리아 수사 당국은 1년3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카디로프 대통령의 최측근 가운데 한명이 이 사건과 연관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카디로프 대통령의 뒤처리를 도맡아온 샤 털라예프(37)가 오스트리아로 날아와 암살범들의 움직임을 막후 지휘했다는 것.
오스트리아 검찰이 살해 혐의로 체첸인 세 명을 체포하고 수주 안에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라 카디로프 대통령이나 체첸 정부가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드러나면 양국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체첸에서는 독립을 주장하는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의 테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친(親)러시아 성향인 카디로프 대통령이 정치적 사활을 걸고 반군 척결에 나서면서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인권 단체들은 그러나 체첸 정권이 반군 소탕 작전을 펼치면서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인권 문제를 비판하던 기자와 인권 운동가들의 죽음에도 카디로프 대통령이 연관돼 있다고 비판해 왔다.

오스트리아 검찰 대변인은 "우리는 암살범과 털라예프 사이의 연관성을 알고 있다"고 밝혔으나, 체포된 체첸인 3명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털라예프의 정확한 역할이나 카디로프 대통령의 개입 여부는 아직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