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IPO(기업공개)가 국내 주식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공모가가 예상 공모가 밴드 상단 부근인 11만원으로 결정되면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자산가치가 주목받고 있고 동종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생명 지분 보유株, 자산가치 '굿'

26일 오전 11시 19분 현재 삼성카드는 전날보다 1400원(2.58%) 오른 5만5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세계, CJ, CJ제일제당 등도 1~2%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삼성전기삼성정밀화학도 2~4%대 강세다.

삼성생명의 공모가가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자산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

신세계는 삼성생명 주식 2714만4000주(13.57%)를 보유하고 있고 CJ제일제당과 CJ도 각각 959만1510주(4.80%), 639만4340주(3.20%)를 가지고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생명 주식 3868만8000주(19.34%)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주식 64만1123주(25.64%)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정밀화학도 삼성생명 주식 120만6380주(0.60%)와 94만4090주(0.47%)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와 CJ제일제당의 경우 구주 매출을 통해 실질적인 현금 유입과 함께 나머지 지분에 대한 평가차익도 기대되고 있다. 신세계와 CJ제일제당의 장부가액은 주당 196원, 81원에 불과하다. 실제로 신세계와 CJ제일제당은 삼성생명 공모시 500만주씩 구주매출을 통해 매각, 5500억원씩 현금화한다. 현금화 이후에도 신세계와 CJ제일제당은 삼성생명 주식을 각각 2214만4000주(11.07%)와 459만1510주(2.3%)를 보유하게 돼, 상당한 평가차익이 기대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매각대금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차입금 상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장부가액도 높지 않아,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의 수혜도 기대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 스트는 "삼성에버랜드는 현재 장부가에 삼성생명 지분을 주당 약 4만3503원에 계상하고 있다"며 "따라서 삼성에버랜드는 공모가격과 현 주당장부 가치와의 차이인 약 2조6000억원의 자본이 상승하며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64%만큼인 약 6600억원(세후 약 5000억원)의 장부가치가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당 약 4100원으로 이론적으로는 삼성카드 공모가 결정으로 4000원내외의 상승 여력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와 삼성정밀화학의 장부가액도 7만원으로, 공모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 금융株, 상대적 '저평가' 메리트 부각

금융주들도 상대적으로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 이날 금융업종 지수는 2.10% 오르고 있다. 보험업종지수는 지난 22일과 23일 2% 이상 오르는 강세를 보인데 이어 이날도 1.5% 가량 상승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주와 보험주들의 강세는 삼성생명의 공모가 수준이 높게 평가돼, 기존 금융주와 보험주들의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주들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매각에 따른 차익도 기대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초 은행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삼성생명 공모가가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11만원으로 확정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석] '삼성생명' 효과…보유株·금융株 "굿"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은행이 공모가에 매각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2분기 중 시현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서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지주는 4035억원, 외환은행은 965억원, 신한지주는 744억원 등의 세전 매각차익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우차판매 등 일부 기업의 부실화 우려가 상존해 있는 상황에서 부실자산을 적극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분석] '삼성생명' 효과…보유株·금융株 "굿"
서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공모가가 결정되면서 은행주에 대한 상대적인 매력도가 높아졌다"며 "공모가 11만을 가정할 경우 삼성생명의 2010년말 수정 후 주당순자산비율(PBR)은 1.58배에 달하지만 은행주의 평균 PBR은 1배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보험주들도 마찬가지다. 강승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 공모가는 기 상장된 대한생명에 비해 32.9~39.1%의 프리미엄을 받은 수준으로, 삼성생명과 기 상장 보험사와의 밸류에이션 갭(Valuation gap) 축소가 당분간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의 상대적 투자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삼성생명 상장으로 금융업종 시가총액 비중이 16.45%에서 18.4%로 상승한 점은 투자자가 은행업종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난 대한생명의 상장 이후 은행주의 매수가 늘어난 점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