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디자인 총책임자가 말하는 '車 디자이너 취업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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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웰번 GM 글로벌디자인 총괄 부사장 인터뷰
"왜 제너럴모터스(GM)에 한국인 디자이너가 많은 게 얘깃거리가 되죠?"
에드워드 웰번 GM 글로벌디자인 총괄 부사장은 20일 밤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열린 GM대우 선행 디자인 스튜디오 개소 기념행사에서 기자를 만나 의아하다는 듯 반문했다. 이날 행사의 '드레스 코드'인 분홍색 셔츠를 차려입고, 손목에는 입장권을 대신하는 종이 팔찌를 두른 채였다.
'쿵쿵'거리는 음악소리와 행사장 안을 활보하는 '패셔니스타'들로 혼잡한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웰번 부사장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특유의 말투로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너무나도 뛰어나다. 그들이 GM 디자인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005년부터 GM의 글로벌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는 웰번 부사장은 캐딜락, 시보레 등 GM의 모든 차량 디자인 총책임자다. 한국을 포함, 전세계 총 11개 지역에 분포된 GM 디자인센터를 이끌며 약 700명의 디자이너를 지휘한다. 그 또한 3살 무렵부터 자동차를 그려왔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서 공헌상을 받은 디자이너다.
웰번 부사장은 이날 문을 연 GM대우 선행 디자인 스튜디오 개소식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선행 디자인’이란 급격하게 변화하는 유행에 맞춰 미리 디자인을 만들어놓거나 제품의 기획과 동시에 디자인에 착수하는 작업을 말한다.
GM은 전세계에 9개의 디자인센터와 5개의 선행 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 부평의 GM대우 디자인센터에 이어 이날 선행 스튜디오가 문을 열며 한국은 2개의 GM 디자인센터를 가진 3번째 국가가 됐다.
그는 "선행 스튜디오를 찾아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그려낸 스케치를 꼼꼼히 살펴봤다"며 "작품 하나하나가 매우 놀라운 수준으로, 그 중 몇 가지는 차세대 카마로나 콜벳(시보레의 스포츠카 모델명)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웰번 부사장에 따르면 GM 내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미국 미시건주의 GM 디자인센터 한 곳에만 35명 정도의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브라질,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웰번 부사장은 "국적에 관계없이 소속 디자이너들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도 "한국인들은 그 중에도 도드라지는 재능을 뽐내고 있다"고 전했다.
GM에서 일하다 지금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수석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긴 이상엽 씨(41)의 얘기를 꺼냈다. 영화 트랜스포머 속 '범블비'로 등장한 시보레 카마로를 디자인해 유명세를 얻은 한국인 디자이너다.
웰번 부사장은 "아주 뛰어난 디자이너였다"면서도 "자동차 디자인은 단 한 사람만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무엇보다도 협업(team work)이 중요한 일로, 이 씨를 포함한 디자인팀 모두의 노력으로 카마로 같은 차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새롭게 문을 연 GM대우 선행 디자인 스튜디오에 대해 물었다. GM 본사에서 파견된 1명을 포함, 30여명의 직원이 GM의 향후 글로벌 경차 및 소형차의 내외관 디자인, 색상과 소재의 동향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곳이다.
웰번 부사장은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특히 경소형차 부문에 강하다"며 "경차는 특히 차체 비율이 매우 중요한 데, 이 특성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또한 대단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에서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웰번 부사장은 "글로벌 자동차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력성능이나 연비 등 기술적인 측면은 이미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다"며 "외관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차별화 요소"라고 답했다.
GM대우 외에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 등 한국 완성차업체의 디자인을 물었다.
웰번 부사장은 "한국산 차들은 매우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GM 또한 이들에 뒤처지지 않는 디자인의 차를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치밀한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한 커피숍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GM대우의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수출명 시보레 스파크)'가 지나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 "거리를 메운 수많은 차들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어 다시 한 번 감탄했다"며 강한 자부심을 내비췄다.
'앞으로도 한국인 디자이너의 채용을 늘릴 것이냐'는 질문에 웰번 부사장은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각국에서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최근 뛰어난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많아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GM그룹 내 자동차 디자이너의 대우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 최고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관리 측면에서는 사내 교육기관인 'GM대학(GM University)' 내 디자인 관련 교육과정을 통해 재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세계에 분포된 GM 디자인센터 간의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GM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웰번 부사장은 "GM 디자인센터의 절대적인 가치는 팀워크로, 구성원들 간에 머리를 맞대고 멋진 차를 디자인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GM그룹 내 한국인 디자이너는 전체의 15%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왜 제너럴모터스(GM)에 한국인 디자이너가 많은 게 얘깃거리가 되죠?"
에드워드 웰번 GM 글로벌디자인 총괄 부사장은 20일 밤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열린 GM대우 선행 디자인 스튜디오 개소 기념행사에서 기자를 만나 의아하다는 듯 반문했다. 이날 행사의 '드레스 코드'인 분홍색 셔츠를 차려입고, 손목에는 입장권을 대신하는 종이 팔찌를 두른 채였다.
'쿵쿵'거리는 음악소리와 행사장 안을 활보하는 '패셔니스타'들로 혼잡한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웰번 부사장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특유의 말투로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너무나도 뛰어나다. 그들이 GM 디자인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005년부터 GM의 글로벌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는 웰번 부사장은 캐딜락, 시보레 등 GM의 모든 차량 디자인 총책임자다. 한국을 포함, 전세계 총 11개 지역에 분포된 GM 디자인센터를 이끌며 약 700명의 디자이너를 지휘한다. 그 또한 3살 무렵부터 자동차를 그려왔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서 공헌상을 받은 디자이너다.
웰번 부사장은 이날 문을 연 GM대우 선행 디자인 스튜디오 개소식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선행 디자인’이란 급격하게 변화하는 유행에 맞춰 미리 디자인을 만들어놓거나 제품의 기획과 동시에 디자인에 착수하는 작업을 말한다.
GM은 전세계에 9개의 디자인센터와 5개의 선행 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 부평의 GM대우 디자인센터에 이어 이날 선행 스튜디오가 문을 열며 한국은 2개의 GM 디자인센터를 가진 3번째 국가가 됐다.
그는 "선행 스튜디오를 찾아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그려낸 스케치를 꼼꼼히 살펴봤다"며 "작품 하나하나가 매우 놀라운 수준으로, 그 중 몇 가지는 차세대 카마로나 콜벳(시보레의 스포츠카 모델명)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웰번 부사장에 따르면 GM 내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미국 미시건주의 GM 디자인센터 한 곳에만 35명 정도의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브라질,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웰번 부사장은 "국적에 관계없이 소속 디자이너들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도 "한국인들은 그 중에도 도드라지는 재능을 뽐내고 있다"고 전했다.
GM에서 일하다 지금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수석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긴 이상엽 씨(41)의 얘기를 꺼냈다. 영화 트랜스포머 속 '범블비'로 등장한 시보레 카마로를 디자인해 유명세를 얻은 한국인 디자이너다.
웰번 부사장은 "아주 뛰어난 디자이너였다"면서도 "자동차 디자인은 단 한 사람만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무엇보다도 협업(team work)이 중요한 일로, 이 씨를 포함한 디자인팀 모두의 노력으로 카마로 같은 차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새롭게 문을 연 GM대우 선행 디자인 스튜디오에 대해 물었다. GM 본사에서 파견된 1명을 포함, 30여명의 직원이 GM의 향후 글로벌 경차 및 소형차의 내외관 디자인, 색상과 소재의 동향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곳이다.
웰번 부사장은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특히 경소형차 부문에 강하다"며 "경차는 특히 차체 비율이 매우 중요한 데, 이 특성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또한 대단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에서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웰번 부사장은 "글로벌 자동차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력성능이나 연비 등 기술적인 측면은 이미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다"며 "외관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차별화 요소"라고 답했다.
GM대우 외에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 등 한국 완성차업체의 디자인을 물었다.
웰번 부사장은 "한국산 차들은 매우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GM 또한 이들에 뒤처지지 않는 디자인의 차를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치밀한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한 커피숍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GM대우의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수출명 시보레 스파크)'가 지나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 "거리를 메운 수많은 차들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어 다시 한 번 감탄했다"며 강한 자부심을 내비췄다.
'앞으로도 한국인 디자이너의 채용을 늘릴 것이냐'는 질문에 웰번 부사장은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각국에서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최근 뛰어난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많아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GM그룹 내 자동차 디자이너의 대우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 최고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관리 측면에서는 사내 교육기관인 'GM대학(GM University)' 내 디자인 관련 교육과정을 통해 재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세계에 분포된 GM 디자인센터 간의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GM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웰번 부사장은 "GM 디자인센터의 절대적인 가치는 팀워크로, 구성원들 간에 머리를 맞대고 멋진 차를 디자인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GM그룹 내 한국인 디자이너는 전체의 15%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