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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믿고[信] 맡긴다[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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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교육 사업을 시작하기 전 청과물 장사를 할 때의 일이다. 싱싱한 채소를 주변 가게보다 싸게 판 덕에 하루가 다르게 매상이 늘어났다. 어느 날 한창 장사를 하던 중에 겉은 멀쩡한 배추의 속이 썩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 나머지 배추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마찬가지 상태였다. 그 길로 손님들의 집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판매한 배추 금액을 모두 되돌려주고 불량 배추는 폐기처분했다.

    필자는 단지 손님에게 품질 나쁜 물건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마음 때문에 필자가 집으로 찾아갔을 때 손님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 손님들은 자신이 산 배추를 환불해 주겠다고 집까지 찾아온 한 이름없는 장사꾼을 기억해 주었고 동네에는 입소문이 퍼졌다. 이후로도 한동안 청과물 장사를 해서 당시로는 큰돈을 모았다. 아마도 이 '배추환불' 사건이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은 소비자의 믿음을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고,그 상품의 장점과 효용을 전달하고자 광고에 많은 비용을 쏟아 붓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쌓은 믿음을 지키기는 더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기업의 사소한 실수에도 쉽게 등을 돌린다. '믿는 도끼'에 찍힌 발등이 더 아픈 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상처가 깊을 경우 흉터를 남긴다. 이 상처를 흉터 없이 치료하려면 시기적절한 처방이 필요한데,그동안 쌓아 놓은 믿음이 없다면 그마저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필자는 '신용(信用)'보다 '신뢰(信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그냥 믿는 것과 맡길[賴] 수 있을 만큼 믿는 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담아야 할 원칙이 바로 '진심'이다. 제품 기획부터 시작해 고객과 만나는 영업 접점에 이르는 전 과정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 직원들이 만들어 내는 전략 속 어딘가에,손님의 식탁에 자신 있게 올릴 수 있을 만한 배추를 고르던 내 젊은 날의 고민과 정성이 담겨 있기를 늘 기대하고 독려한다.

    기업의 신뢰도는 사람의 건강과 같다.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잃어버리면 되찾기 힘들며,되찾는다 해도 완벽하지 못하다. 진심은 이러한 기업의 건강을 지켜 주는 '밥'과 같은 요소다.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고객을 향한 말 한마디와 표정부터 제품 및 판매 전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진심 어린 정성이 담겨야 한다. 이 사실은 어떤 회사든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chang@kyow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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