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희생자를 재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4.3사건 유족회와 제주의 시민사회단체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4.3 관련 단체와 제주도 등에 따르면 권경석, 김소남, 김태원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14명이 2009년 3월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돼 15일 행안위 회의실에서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가 결정한 내용에 대해 국무총리가 재심을 요구하면 위원회는 재심할 수 있고, 위원회의 결정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면 국무총리가 1년 안에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민예총 제주도지회 등은 성명을 내 "개정안은 이미 결정된 4.3 희생자들에 대한 재심사를 가능하게 해 4.3특별법을 무력화하고, 겨우 바로 세운 4.3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것"이라며 개정안 상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한나라당과 권경석의원은 제주 4.3희생자 유족 앞에 즉각 사죄하라"며 "우리의 요구를 묵살한다면 제주도민과 4.3유족들은 한나라당과 무한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환 제주지사도 "개정안 발의는 화해와 상생, 평화를 지향하는 4.3특별법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양조훈 환경부지사를 국회에 보내 개정안 상정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진행상황을 보며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의 비판 성명도 잇따랐다.

한나라당 고계추 예비후보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제주도민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4.3특별법을 무력화하려는 행위는 도민은 물론 한나라당 제주도 당원 전체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개정안을 즉각 철회,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의 현명관 예비후보도 "개정안은 일부 극우보수세력들의 입장만을 대변해 4.3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바라는 도민과 유족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며 개정안 상정 철회와 폐기를 위해 당내 후보자 공동으로 결의문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당 고희범 예비후보는 "한나라당이 또다시 4.3 역사를 거꾸로 돌려 그 정신을 훼손하고, 희생자는 물론 제주도민들의 명예를 짓밟으려 하고 있다"며 "4.3특별법을 개악하려는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희생자 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무소속의 우근민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도 "개정안은 4.3특별법을 무력화함은 물론 바로 세운 4.3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로, 유족뿐 아니라 제주도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3특별법은 1999년 12월 여.야가 만장일치로 제정한 법률로, 이 법률에 따라 설치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심의를 거쳐 1만3천564명을 4.3사건 관련 희생자로 결정했다.

(제주연합뉴스) 홍정표 기자 jp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