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2008년 기준)다. 도내 사업체는 11만7224개로 전체 기업수의 3.6%다. 강원도에 본사를 둔 상장사는 강원랜드,동원,케이엠,대화제약,뉴보텍,국순당,삼아제약 등 단 7개뿐이다. 국내 상장사 1747개의 0.4%에 불과하다.

강원도는 관광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비중이 86%에 달하는 반면 '번듯한 기업'은 턱없이 부족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간 수출액이 1700억원에 불과한 메디슨이 도내 최대 수출기업일 정도다. 일자리 창출이 지상목표인 요즘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강원도가 최근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창업투자회사를 직접 만들어 이를 '지렛대' 삼아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강원도는 작년 12월30일 창투사 '에이케이강원인베스트먼트'를 국내 자본시장 심장부인 서울 여의도에 설립했다. 강원테크노파크,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등 도내 주요 기관들이 주주로 참여했다.

창투사는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유망 중소기업들에 투자, 성장시킨 뒤 차익을 실현하는 벤처캐피털로 과거 벤처 붐 때 활성화 됐다. 대구시와 부산시가 지역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창투사를 만든 적은 있지만 전국 각지의 기업에 투자, 이들을 도내로 유치하기 위해 창투사를 설립한 지자체는 강원도가 처음이다.

강원도 산업경제국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유치가 필수적이지만 산업단지 조성,기업설립 절차 간소화 같은 기존 방식으론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하기 힘들다"며 "해외에 기업 유치 설명회를 나가봐도 '그 지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가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투사가 유망 중소기업에 지분투자 할 때 전제조건으로 강원도로의 본사 이전이나 공장 설립을 내걸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친화적이면서 차별화된 방식으로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에이케이강원인베스트먼트는 현재 약 2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AKGI 히든챔피언육성 투자조합) 조성을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농협 · 신한은행 · 금호종합금융 등 금융회사들과 강원랜드 등 도내 기업,더존비즈온 · 오스코텍 등 강원도 출신 인사들이 세운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펀드조성이 완료되는 대로 본격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나원구 에이케이강원인베스트먼트 투자2팀장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술기반의 중소 벤처기업에 지분투자를 통해 적어도 2대 주주로 올라서거나,한계기업을 인수 · 합병(M&A)하는 것이 주된 투자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대상 업종은 강원도가 1998년부터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바이오,의료기기,신소재,해양바이오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반드시 이에 국한시키지는 않을 계획이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수익성과 공익성(기업유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강원도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