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철저한 관리가 시급하다. 지난해 법정 공기업 22곳의 결산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부채가 211조7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섰고 부채비율도 152%로 전년보다 20%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부채가 늘어난 것은 공공부문의 역할 증대에 따른 투자확대,인상 압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에너지 요금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우리가 공기업 부채 증가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상당수 공기업들이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대신하면서 빚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빚은 사실상 국가가 책임져야 할 채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가채무통계에는 포함되지 않고 정부나 공기업 모두 관리에도 소홀함으로써 채무누증을 막을 수 있는 종합적인 관리시스템이 없는 게 현실이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정부의 올해 4대강 예산 6조8000억원중 3조2000억원을 떠안게 돼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정부의 주택사업을 대신하면서 지난해 부채가 109조2428억원으로 급증, 채권발행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예상보다 악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할지 모르지만 이는 단견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359조6000억원으로 전망치보다 적었지만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이다. 재정건전성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33.8%로 당초 예상보다 개선됐지만 재정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43조2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일이 아니다. 여기에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재정건전성 관리는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얘기다.

이 시점에서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에 넣느니 마느니 하는 논쟁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공기업 부채도 별도로 자세히 발표, 국회가 국가채무 수준으로 까다롭게 통제하는 게 시급하다. 최근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공기업 부채 증가를 경고했다. 투명한 공개와 철저한 관리만이 국제적인 신뢰를 얻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