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기요금도 못낼만큼 어려웠다. 운용자금이 없어 채권단에 손을 벌리기도 했다. 임직원들의 임금도 많게는 40% 깎았다. 원가절감을 위해 할수 있는 수단은 다 동원했고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은 더 늘리기도 했다. '

불과 1년여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일어난 일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황은 다소 나았지만,직원들의 성과급 삭감에 따른 사실상의 임금 삭감과 출장비 축소 등은 비슷했다.

최근 찾은 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풍경은 180도 바뀌었다. 공장 곳곳에서 만나는 직원들의 얼굴 표정에서 반도체 호황의 흔적을 찾을수 있을 정도다.

◆호황의 흔적들.

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공정관리를 담당하는 한 부장은 "과거 최대호황은 1990년대 중반 윈도우가 처음나오고 PC가 급속히 확산될때였다"며 "요즘은 그때봐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회식도 늘었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회식비를 지원해주는데,요즘은 그 횟수가 부쩍늘어 일일이 회식에 쫓아다니는 일도 힘들다는 즐거운 비명도 들려온다.

하이닉스는 호항을 맞아 2008년말 10~40% 깎아던 직원들의 임금을 3월부터 정상지급하기 시작했다. 한달에 한번씩 전직원들에게 나눠주던 1만원짜리 문화상품권도 다시 주기 시작했다. 결혼기념일 생일에 맞춰 나오던 선물도 2월부터 다시 나오고 있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고객들이 원하는 물량은 다 대주지도 못해 안타깝다"고 말한다. 반도체 100개를 달라고 하면 '미안하지만 50개만 받아가세요'라고 말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찾아오는 고객들의 직급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HP,델,레노버 등의 대형 고객들은 대부분 부장급이 찾아왔지만 요즘은 상무,전무급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고객과 만나는 횟숫도 과거 한달에 두번정도에서 최근에는 일주일에 두번으로 늘었다. 그만큼 반도체 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업체인 삼성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말 세웠던 연간 이익목표치를 6개월만에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5월까지 3조2000억원의 이익을 올릴만큼 수주를 해놓았고 6월까지면 4조원을 웃도는 이익을 낼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따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내년초 성과급(PS) 50%는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PC와 각종 디지털기기 수요 폭발.

하이닉스 관계자는 "우리도 이번에 회사 PC를 바꾸려고 한다. 기업들의 PC교체 수요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고 호황의 원인을 설명했다. 가장 반도체 수요가 많은 PC시장이 팽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PC시장의 60%는 기업용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경기침체와 윈도우비스타의 성능에 대한 실망감으로 기업들은 PC교체를 주저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경기회복과 윈도우7의 등장으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PC교체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네비게이션 게임기 이북 등 각종 디지털 기기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점도 반도체수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기기는 모두 반도체를 내장하고 있다.

또 지난 수년간 반도체 불황으로 각 업체들이 설비 증산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 감산을해 세계적으로 생산능력이 줄어든 것도 최근 반도체 호황을 이끌고 있는 또하나의 이유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따라 한때 작년 상반기 1달러 수준이었던 D램(DDR2 1Gb 기준) 가격이 최근 2.5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원가는 1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와 같은 가격이 유지되면 메모리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30%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반도체 호황에 가수요가 있는 것 같지 않으며 이런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