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주 고용지원센터 직원 3명이 A사에 들이닥쳤다. 휴직 대상 근로자가 출근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회사 곳곳을 살피던 이들은 경비실 근무일지에서 휴직대상자 3명이 지난해 6월부터 출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부터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자 14명의 휴직을 신고했고 매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갔다. 하지만 일부 근로자와 짜고 휴직기간에도 버젓이 출근시키고 있었다.

B사 대표 김모씨는 얼마 전 친인척 명의로 의류업,화장품소매업 등 무려 59개의 사업자 등록을 했다.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해 근로한 것처럼 거짓 서류를 꾸몄다. 이후 고용보험에 소급 가입시킨 후 폐업시키는 수법으로 실업급여를 부정수급 받도록 했고 실업급여를 5 대 5 비율로 나눠 챙기다 부정수급전담팀 직원에게 덜미를 잡혔다.

고용보험기금이 각종 부정수급으로 새나가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201건으로 전년의 34건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2004~2008년의 부정수급 건수를 모두 합친 것(152건)보다 많은 수치다.

직원을 휴직이나 훈련 중인 것처럼 가장하는 것 외에도 사무실을 이전해 버젓이 영업을 하거나 외국은 현장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중국,말레이시아 등으로 직원을 보내 근무시키는 경우도 있다. 노동부가 센터별로 부정수급전담팀을 운영하고 적발 시 징수액을 부정수급액의 최고 5배까지 올리는 등 처벌 수위를 높였지만 역부족이다. 지난 1~2월에만 24건을 적발해냈을 정도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적발 건수가 2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감시 소홀로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간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체 관계자는 "수법들이 다양하고 광범위해 저인망식 감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회사와 직원이 담합해 일을 꾸밀 경우 사실상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또한 부정수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실업급여지급자 130만명 중 2만6000명이 부정수급자로 적발됐다. 전년(1만9000명)보다 7000명(36.8%)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1~2월 현재 3400명이 적발됐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자가 2만명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관리 소홀은 고용보험기금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수입액이 정체되고 지출액이 늘면서 기금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적립액은 2006년 9조3000억원에서 2008년 8조2000억원,지난해 말 6조260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사상 최저치인 5조2000억원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고용보험기금이 증가하려면 취업자(보험 가입자)가 늘거나 임금이 인상돼야 한다. 고용보험료는 실업 급여의 경우 직원과 회사가 각각 임금의 0.45%씩 0.9%를 내고 고용안정 · 직업능력개발 지원금은 회사 측이 직원 수에 따라 0.25~0.85%를 낸다. 하지만 실업자가 10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보험료 수입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보험료는 1999년 0.3%에서 0.5%로 올랐다가 2003년 0.45%로 내린 후 변동이 없었다. 고용보험 요율은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변동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민과 기업의 저항을 고려해 경기가 나아졌을 때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내부적으로 갖고 있다"며 "제2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벌어질 경우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감소한 적립액을 다시 채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