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소비가 꿈틀거리면서 식료품,의류,가구,주택 등 소비 관련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소비재 펀드(컨슈머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글로벌 자금은 소비재 펀드로 강하게 유입되고 있다.

4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소비재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69%로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인 -0.21%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소비재 펀드의 일종인 럭셔리 펀드의 경우 같은 기간 수익률이 9.83%에 달한다. '한국투자럭셔리','IBK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등은 연초 이후 각각 11.46%,11.3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에선 아직 소비재 펀드로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 건 아니다. 올 들어 660억원(지난달 31일 기준)의 자금이 소비재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기조로 인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소비재 펀드의 자금유출은 금융위기 전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따라 원금을 회복한 뒤 환매를 하고 있는 추세의 일환이지 소비재 펀드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은 특정 소비재 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설정액이 29억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솔로몬아시아퍼시픽컨슈머'에는 지난 한 달 사이에 7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설정액이 123억원인 에셋플러스 자산운용의 '글로벌리치투게더'에도 같은 기간 26억원이 유입됐다.

마르코 귀빈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중국이 내수부양책을 지속할 뿐만 아니라 인도도 제조업 제품에 붙는 소비세 인상폭을 예상보다 작은 수준으로 정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경기가 계속 나아진다면 장기적으로 이머징시장의 소비재 섹터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 유입은 더욱 거세다. 전 세계 펀드 자금동향 정보회사인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소비재 펀드는 연초 이후 1조6641억원(14억8000만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글로벌 업종 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이 소비재 펀드에 대한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는 전 세계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재 생산 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기간 실적이 떨어졌던 소비재 생산 기업들의 실적 개선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 기준으로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을 보면 경기 관련 소비재가 53.9%로 소재 62.65% 다음으로 가장 높다. 소비재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소비시장에 대한 밝은 전망도 소비재 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올해도 소비 촉진 관련 경기부양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의 '미엔즈(面子 · 체면) 신드롬'도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미엔즈 신드롬'이란 중국 도시 지역의 국민소득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명품 구입 · 해외 여행 등 체면을 중시하는 '과시형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박정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국민의 소비패턴이 기본적인 의식주 소비 위주에서 과시형 소비로 바뀌고 있어 소비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