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폭발에서 침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시간34분(군 당국 발표)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군 및 국방부의 설명과 당시 직접 구조에 나섰던 해경, 그리고 목격자들의 진술은 대부분 비슷한 맥락이긴 하지만 일부 대목에서는 약간의 시간 차이 등이 드러나고 있다.

군 당국의 설명에 의하면 사고 당일 오후 9시30분께 폭발과 함께 두 동강 난 함정의 뒷부분(함미)은 수 분 만에, 앞부분(함수)은 4마일가량 쓸려 가다 침몰했다.

이 과정에서 갑판으로 나왔던 58명의 장병은 함수로 몰려갔고 긴급히 출동한 해경정과 어업지도선에 의해 구조됐지만 주로 함미에 있던 장병 46명은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다음은 군 당국이 밝힌 침몰 및 구조상황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 폭발순간 = 26일 오후 9시30분께 천안함 함미 아래쪽에서 `꽝'하는 폭발음과 함께 함정 바닥에 큰 구멍이 생겼다.

배는 순식간에 뒤쪽에서 3분의1 지점이 부러지면서 두 동강이 났고, 함미는 그대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꽝하는 폭발음 이후 함장실에서 나와보니 선체 후미 부분이 안보였다"며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오후 9시25분에 발생했다는 천안함 생존자들의 증언도 있다.

최 함장은 "9시25분께 당직근무를 마치고 함장실에서 작전계획을 검토중인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선체가 직각 형태로 오른쪽으로 기울었고, 몸이 50cm가량 튀어 올랐다"고 말했다.

5분의 차이지만 추후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폭발 이후의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다.

최 함장 등 생존자들은 `동시에 엔진이 꺼지고 전기가 끊겨 통신도 두절됐다.

물위에 있던 함수가 기우뚱거리자 갑판 위와 함수 쪽에 있던 장병들은 급히 배 앞머리 쪽으로 몰려들었다'고 증언했다.

통신이 두절되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천안함 포술장이 가장 먼저 2함대사령부 상황실에 "배가 기울어 침몰중"이라고 휴대전화로 보고했고, 함장실에서 나온 최 함장도 곧바로 휴대전화로 함대사령관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 해군 고속정과 해경 도착 = 신고를 접수한 해군 2함대사령부는 9시36분께 인천해경 상황실로 구조 협조를 요청했고, 이후 2함대 작전과장이 해경정 상황 계통에 지속적으로 상황을 통보했다는 것이 군의 공식 설명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해경은 오후 9시33분 침몰상황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하고 있다.

해군은 사고 발생 11분 만인 오후 9시41분께 백령도에 있던 고속정 4척에 출동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고속정이 도착하기 전인 9시50분께 함미 부분을 중심으로 함정의 60%가 물 속에 잠겼다.

배 꼬리 부분은 잘려나가고 이후 배가 빠르게 침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함장은 물론 군 당국의 일치된 설명이다.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인 이기식 해군준장은 침몰 직후인 27일 새벽 브리핑에서 '26일 오후 9시45분께 갑자기 선체 뒤쪽 바닥에 구멍이 뚫려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오후 9시30분으로 정정했다.

해군 고속정 4척이 도착한 것은 오후 9시58분께였다.

고속정은 침몰 중인 천안함에 다가가 라이트로 해상을 비췄다.

또 김윤근(인천216호) 어업지도선 선장이 연락을 받은 것도 9시50분께였다.

그는 오후 10시께 사고현장을 향해 출발했다.

이와함께 문광철(214호) 항해사가 융기포항을 출발한 것은 오후 10시5분께였다.

◇ 구조과정과 천안호 침몰 = 해경 구조정은 오후 10시15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즉각 10인승 고무보트를 내려 천안함에 접근, 10시43분 해경 고속단정 1호가 8명, 2호가 12명을 구조했다.

이어 11시2분 고속단정 1호는 다시 12명을 구조했으며, 11시20분 2호가 함장을 포함해 12명을, 마지막으로 구명벌에 있던 12명이 11시35분에 구조됐다.

모두 56명이 해경에 의해 구조된 것이다.

나머지 2명은 어업지도선인 인천227호(선장 김정석)에 의해 구조됐다.

해경측은 천안호가 육안으로 완전 침몰한 시점을 11시20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니까 해경 구조선이 도착해서 천안함이 침몰하기까지 1시간5분이 걸린 셈이다.

비슷한 시각, 잠수함 초계용 링스헬기 1대가 이륙해 1시간 뒤에 현장에 도착해 수색에 나섰다.

장병 구조가 진행되던 오후 11시께에는 북쪽에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레이더에 포착돼 인근에 있던 초계함인 속초함에서 함포가 5분간 불을 뿜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 정찰기 또는 전투기가 접근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합참은 "미확인 물체가 식별돼 사격했지만 새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해경정이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가장 먼저 도착했던 해군 고속정이 전혀 손을 쓰지 못한데 대해 군 관계자는 "당시 파고가 3m로 높아 고속정을 천안함에 접근시키는 것은 위험했고, 구조용 고무보트도 없어 해경이 오길 기다렸다"고 말했다.

고속정은 비록 직접적인 장병 구조를 하지는 못했지만 라이트를 비추는 등 해경정의 구조작업을 지원했고, 만의 하나 물속에 빠진 장병 구조에 대비했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경정이 생존 장병 구조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안 초계함과 고속정 등 해군 함정들은 칠흙같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바다에 빠진 장병 수색에 집중했다.

함정은 28일 새벽 0시4분께(폭발 이후 2시간34분 경과) 뒤집힌 상태로 사실상 침몰됐으며 이후 함수 밑부분을 수면에 약간 드러내고 있었지만 그날 정오께 완전히 물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구조되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46명은 기관부 침실등이 있는 세컨드 플랫폼에 34명, 그 상부인 퍼스트 플랫폼에 12명이 위치해 있었던 것으로 생존자들은 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