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저녁 주성엔지니어링의 경기도 광주 본사에 기업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중견기업 대표들과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인벤처기업인 모임인 인케(INKE ·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의장단이 상호협력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엔 특별 손님이 있었다. 김동선 신임 중소기업청장이었다. 김 청장은 주성엔지니어링 구내식당에서 30여명의 기업인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먹으면서 나름의 '중소기업론'을 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은 더이상 지원과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중소기업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 지원 기업에 대한 평가와 사후관리를 강화해 나눠먹기식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말한 내용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청장은 "미래산업을 짊어질 튼튼한 강소기업을 육성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성장과 실업난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그런 말을 했다"고 항변했다. 이런 뜻이 앞뒤 배경은 사라지고 "신임 청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지가 약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사랑도 없다"로 와전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청장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는 중소기업인들은 많지 않다. 국가적으로 '산업 미드필더'를 키우자는 데 반대할 순 없지만,가뜩이나 경기상황이 나빠 심지어 고리의 사채를 이용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나온 취임 일성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정부돈이나 뜯어먹는 좀도둑쯤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 수위에도 마음에 상처를 입은 상태다. 게다가 취임 후 첫 방문기업이 공교롭게도 중견기업이다.

중소기업인들은 중기청장의 말 한마디,행동 하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청장이 어느 곳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중소기업 지원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인은 "중소기업은 지원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고 단언한다면 더이상 사업을 영위하지 말고 창업도 하지 말라는 얘기나 진배없다"며 씁쓸해 했다.

한국 산업의 허리가 약하다고 몸통(중견기업)지원에만 치중하다보면 생명줄인 뿌리(중소기업)가 썩을 수도 있다는 게 많은 중소기업인들의 생각이다.

이계주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