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강병규가 배우 이병헌에 전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이병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나서 앞으로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오후 3시 서울 서초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병규는 “결국 이제는 또 다른 사람에 대해 무언가를 밝혀야 하고 끄집어 내야 한다는 사실이 무겁고 힘들다”면서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병헌을 고소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 “이병헌에게 묻고 싶다, 나를 아는가”

배우 이병헌을 협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강병규는 기자회견 내내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지난 19일 검찰이 강병규를 ‘공갈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해 “지난 1월 14일 이병헌에게 본인을 협박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면서 “검찰의 기소 처분을 듣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거 같아 이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기자회견을 연 배경을 설명했다.

강병규는 “지난 몇 달간 경찰, 검찰 조사를 오래 받았다. 그러나 단 한마디도 내가 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면서 “이 자리를 빌어 나를 고소한 이병헌에게 묻고 싶다. 나랑 통화를 한 번이라도 했는지, 나를 아는지, 나를 왜 고소했는지, 무슨 협박을 받았고 무슨 이야기를 검사에게 했는지”라면서 격분했다.

특히 “검찰에 대해 불만을 표해봤자 미운털만 박힐 뿐,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만은 얘기하고 싶다. 왜 대질 심문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는지. 수차례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라면서 “이병헌 측과 권 양측을 대질심문하면 결과가 나올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라고 검찰 수사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 이병헌을 고소한 이유

강병규는 “사실 지금 시기에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기소가 안되고 해프닝으로 잠재워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처분에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가족, 친적분들, 선후배, 나와 같이 사업을 해왔고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떳떳해지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물론 이병헌을 고소해서 내 명예를 찾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는 아니다"라면서 "마지막에 승소한 들 허비한 시간들, 노력들이 보이지 않겠지만 확실하게 아닌 건 밝히자는 마음으로 소장을 제출하게 됐다.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있을 것이다"라고 오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강병규는 24일 오후 이병헌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장을 제출했다.

▲ “이병헌을 협박? 전 연인 권모양 얘기에 답변만 한 게 전부”

이병헌의 전 여자친구 권모양은 자신이 이병헌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12월 ‘혼인빙자 간음’으로 소송을 제기, 이후 이병헌에게 둘 사이를 밝히지 않겠다며 금품 요구 등 협박한 배후로 강병규가 지목되면서 사건의 파장이 더욱 커졌다.

특히 강병규는 당시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소문을 퍼뜨렸다며 촬영장에 찾아가 몸싸움을 벌였고, 그러면서 폭행 시비에 휘말리면서 사건은 더욱 확대됐다.

그러나 강병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 여자친구인 최씨가 지난 해 11월 초께 권모양의 사연을 듣고 나에게 ‘남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고, 그에 대해 남자로서 드는 생각을 말한 게 전부다. 단지 권 양의 말을 듣고 이병헌에 대해 안좋은 시선이 간 건 사실이지만 나는 이병헌에게 그 어떤 협박도 하지 않았다”라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강병규는 “권양의 딱한 사정을 들었고, 그와 함께 식사 등을 나누며 내 생각을 이야기해준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라면서 “나와 여자친구, 그리고 우리와 함께 공갈 협박범들로 구분지어진 사람들은 권 양의 편에 섰지만 모두 기소 됐고, 권 양은 캐나다로 돌아간 후 연락 두절 상태다”라고 격분했다.

▲ 이병헌 측은 함구…권양은 연락두절 “둘이 해결해라”

강병규는 이날 이병헌의 전 여자 친구가 한국을 오게 된 계기와 갑작스레 캐나다로 떠난 이유에 대해 짧게 전달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제3자를 통해 들은 이야기일 뿐, 소송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특히 자신을 고소하고, 자신이 고소한 이병헌 측에 베일에 싸인 태도와 검찰의 ‘이미 짜여진 각본’같은 수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이 사건이 해결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을 걸릴 것”이라면서 앞으로의 긴 행보에 대해 암시했다.

그러면서도 강병규는 “나와 상관없는 일로 인해 앞으로의 사회생활과 특히 방송 생활도 불투명해졌다”면서 “두 당사자(이병헌, 권양)가 합의를 보고 해결하면 쉽게 종결될 것인데, 권 양은 복수에 대한 마음이 사라졌다면 한국으로 돌아와 합의했으며 좋겠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강병규는 이병헌을 고소함에 따라 이병헌이 자신을 고소한 사건과 폭행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특히 이병헌 측이 대응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고소인과 피고소인, 그리고 피고소인과 고소인으로 제2라운드를 시작하는 이들이 어떠한 결과를 맞게 될 지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 사진 양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