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방식을 처음부터 재정의하고 차세대 성장엔진을 확충하는 새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

2010년 삼성전자 임원들이 교육장에서 받은 특명이다.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시장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급격한 기술혁신,불황 이후 산업재편,사회의 수요 변화 등 세 가지가 맞물려 전례없이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삼성은 21세기 키워드로 '그리너(greener),스마터(smarter),시큐어(secure)'를 꼽고 변신하는 산업(IT,자동차,주택),뜨는 산업(그린,의료,소재),틈새시장(인프라,브릭스,세그먼트 시장) 등에서 21세기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을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그린 · 의료 · 소재 3대 빅아이템

"일본에는 별다른 광산이 없지만 각종 폐 전자제품을 재생하면 전 세계 매장량의 16%에 해당하는 금을 도시에서 얻을 수 있다. "

차세대 아이템으로 녹색(green) 산업을 꼽으며 삼성이 임원들에게 제시한 사례다. 대체,재생,재활용,효율화 등의 기술을 이용하면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신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증가,생활습관 등의 변화로 물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를 대체할 기술도 향후 주목받을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건강 · 의료 분야에서는 질병 치료 서비스가 생활 관리 방식으로 발전하는 것을 주목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의료분야에 진출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전자 진단,U-헬스케어 기술이 등장하면서 건강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산업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른 가상 현실형 운동기기,기능성 건강증진 기기 등이 유망 분야로 꼽혔다.

친환경 바이오기술,탄소 나노튜브 등 나노 기술과 결합되고 있는 소재 분야도 차세대 산업으로 강조했다. 전지,디스플레이,섬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에너지 절감,사용성 혁신 등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전환하는 기존 산업

삼성은 '산업 대전환'이라는 21세기 패러다임 전환에도 눈을 돌리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20세기에는 물질적인 가치를 중시했지만 21세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인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대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산업의 성격이 바뀔 때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정보기술이 전통 산업과 결합하면서 IT 3.0 시대를 이끌고,전통 기계산업이던 자동차는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시대(전자산업화)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구조물이던 주택과 건물이 IT 등의 기술과 만나면서 지능공간으로 발전하는 것도 대전환 사례로 꼽았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결합기술(사용자 환경,애플리케이션 등),그래픽 등으로 정보를 가상으로 덧씌워 보여주는 증강현실 서비스,자동차 기반 앱스토어,지능형 자동차,제로에너지 주택 등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또 기존 시장 중에는 도시 인프라 시장에 주목했다. 신흥국 지역에 도시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2005년 302개에 불과했던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가 2015년에는 405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것.이와 함께 선진국들이 20세기 초 건설한 인프라를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어 수도,전력,도로,운송 등 4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30억명 신흥시장이 신소비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과 고령화 · 디지털 세대 등장에 따라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