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가 한국은행 총재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17일 채권금리가 급락하자 금융사들이 곤혹해하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투자가 많은 보험사나 은행들은 수익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 단기적으로 보유채권의 값은 오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투자운용 수익률이나 예대마진은 악화된다.

◆보험사들 자산운용 어떡해

대표적인 장기 투자자인 보험사들은 저금리로 인해 자산운용에 골치를 앓아왔다. 대부분 보험사가 자산의 절반 이상을 국공채 등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운용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국고채 5년물은 올들어 17일까지 0.57%포인트가 빠졌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에 사놓은 채권의 평가이익은 생기지만 만기가 돌아와 재투자하거나,새로 들어온 수입보험료로 채권에 투자할 땐 수익률이 낮은 채권을 살 수밖에 없다.

보험사는 판매한 상품의 50% 이상이 장기보험이기 때문에 운용수익률이 떨어지면 운용수익보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료가 많아진다. 실제 삼성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2001년 이전에 판매한 연 9~10%대의 고금리 확정상품 때문에 금리가 내리면 역마진 부담이 커진다.

대형 생보사 자산운용 담당 임원은 "보험사는 저금리보다는 금리가 높은 게 부채와의 매칭이 쉽고 수익률이 높아진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기대했는데 김 대사의 한은 총재 내정으로 자산운용의 변수가 생겼다"고 답답해했다.

더구나 보험사들은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 많은 채권을 사야할 판이다. 내년 4월 '위험기준 지급여력제도'(RBC) 시행을 앞두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장기채권 위주로 개편해야하기 때문이다. RBC는 금융시장의 다양한 위험 요인을 반영해 적절한 자기자본을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로 운용자산을 국고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지급여력비율이 높아진다. 실제 보험권은 올들어 월 평균 3조7000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해 2008년 1조8000억원,2009년 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같이 채권을 많이 가진 상황에서 향후 추세가 바뀌어 금리가 올라갈 경우 채권값이 떨어지며 막대한 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은행들 고금리 예금 어떻게 굴리나

은행들은 지난 1~2월 연 4.8~5.0%에 달하는 고금리 특판으로 37조원의 예금을 조달해 놓았다. 올 상반기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데다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3.84%까지 떨어지자 역마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대출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대부분의 돈이 놀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부실한 기업 외에는 돈을 빌리려는 기업이 별로 없는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시장도 움직임이 없어서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올들어 2개월 새 3188억원 감소했다. 뒤늦게 최근 대출 금리를 0.5%포인트 낮추고 대출대상을 확대했지만 시장에 별다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채권 순매수를 늘려왔지만 금리가 떨어지면서 이도 마땅치 않아졌다. 은행권의 채권 순매수는 올들어 월 평균 11조4000억원으로 2008년 한 달 평균 7조7000억원,작년 9조원보다 많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고금리로 끌어모은 돈을 대출해줄만한 곳을 찾기 어려워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