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평건투자개발그룹'을 통해 평양시 10만호 건설을 위한 외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지난 1월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설립,100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를 시도한데 이어 또다시 대규모 외자유치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인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평건투자개발그룹' 명의로 보낸 의향서에 따르면 "올해 수도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 약 3억2000만달러"라며 "국가계획분 외에도 연유 3만t(디젤유와 휘발유 각각 1만5000t),환강 5만톤,시멘트 30만t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향서는 또 "3월부터 당장 기초작업에 들어가게 된다"며 "건설대상 규모가 방대하고 기간이 제한돼 먼저 융자를 받고 상환담보하는 방식이지만 여러가지 특혜조건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융자와 자원개발 교환방식'으로 일단 외자를 끌어들인 뒤 사업 등 대외교섭에 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특히 특혜조건에 대해 "허천자 철광산(8억2000만t),온성 동광산(56만6000t) 등 대규모 광권 사업의 선택권과 압록강국경지대의 황금평,위화도,어적도에 대한 50년 장기임대 또는 공동개발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주고받기식' 교섭이 아닌 선의를 다할 것이며 남측 기업의 평양진출을 백방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외자 확충을 위해 남한과 아시아,유럽,미주 등에 손을 뻗고 있다"고 말했다.

의향서는 지난 2월 말 작성된 것으로 평건그룹 본사 주소지는 영어로 '평양 낙랑구역(Rakrang District) 수도건설부'로 돼 있다. 평건투자개발그룹은 중국 단둥에 있는 북한 수도건설총회사 정수길 대표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측 기업 중 북측으로부터 이같은 투자 의향서를 받았다는 곳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