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수립은 임원들의 몫이고,직원들은 실행만 담당하는 게 일반적인 기업의 풍경이다. 하지만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는 다르다. 일반 직원들까지 모두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한 것이다. 직원 수가 몇 안 되는 작은 벤처 기업도 아니고 12만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한 '공룡 조직' 노키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지난 10년간 노키아 경영진이 운명을 걸었던 것은 '전략적 로드맵(strategic roadmap)'이다. 6개월마다 4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지식과 경험을 함께 논의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략적 로드맵'의 목적은 세 가지다. 첫째 다양한 지역과 부서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지식 및 기술을 모아 극대화하는 것,둘째 외부 전문가 등 외부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셋째 전체 비즈니스 역량과 실행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노키아는 전략을 수립할 때 하향식(top-down) 접근 방식 대신 넓은 접근 방식(broad)을 선택했다. 6개월마다 경영진은 단기 및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슈들을 추려낸다. 기술 변화에서부터 협력회사 선정 등 주제는 다양하다. 다음 각 주제마다 담당 경영진을 할당한다.

주제를 받은 경영진은 다양한 팀에서 이 주제를 함께 이야기할 10~20명의 사람들을 고른다. 이렇게 팀을 구성하면 이들은 또다시 노키아 내부의 전문가는 물론 외부 중요 인사(공급업체,기술 전문가 등)들과 면담을 하며 두 달간 치열한 리서치 과정을 거친다.

이런 방식을 통해 노키아에서는 1년 내내 5~15개의 주제들이 논의된다. 리서치가 끝나면 각 주제별 담당자들이 만나 결과를 공유하고,추가 조사가 필요하거나 합의할 부분에 대해 얘기한다. 이후 각 팀은 임원회의에서 결과가 발표될 수 있도록 보고서를 작성하고,경영진은 이 보고서에 기초해 신제품 개발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기업이 중요하게 여기는 과제들에 대해 전 직원이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기 때문에 협력이 그만큼 쉽다. 지난 10년간 계속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노키아의 성공 비밀은 이처럼 전 직원이 하나가 돼 끊임없이 고민하는 데 있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상무 윤혜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