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힘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전날 외국인이 5000억원 이상을 사들이며 연중 최대 순매수를 기록한 데 힘입어 코스피 지수도 1660선을 탈환했다.

그 동안 글로벌 악재 영향으로 보수적으로 대처하던 외국인이 최근 6거래일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하며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9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1660선 밑에서 약보합을 기록중이지만, 외국인은 이날도 현·선물 시장에서 동반 순매수하며 지수의 추가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코스피가 전날 돌파한 60일 이동평균선(1645)에 확실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수급 외에는 기댈 곳이 없기 때문. 기관 역시 5일 연속으로 순매수하고 있긴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으며, 대부분 프로그램에 힘입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명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자금 유입 여건이 마련됐다"며 "외국인의 매수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 이슈로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외국인의 환차익을 노린 매매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소폭 오르고 있지만, 지난달 26일 이후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으로는 계속 하락해 1160원대에서 113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외국인 매매동향과 상관관계가 높은 한국관련 해외뮤추얼 펀드로도 3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3주간의 순유입 규모는 지난 1월말 이후 이어진 글로벌 악재 출현에 따른 자금 순유출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추가적인 외국인 순매수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 반락 등 펀더멘털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하다. 외국인이 글로벌 악재의 되돌림 수준 이상으로는 매수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에 이어 한국 경기선행지수가 하락반전했고, 미국도 고점이 임박하는 등 글로벌 경기는 모멘텀 둔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0년간을 살펴보면 미국경기선행지수와 국내 외국인 순매수 간에 정점과 저점이 일치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증시도 전날 혼조세로 마감하는 등 2월말부터 이어진 반등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변준호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가 일부 기술적 과매수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VIX(변동성)지수가 지난 2월9일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는데 저점인 17 부근에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VIX지수가 재상승하면 이후 다우지수는 단기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