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 올 최대…거래대금도 5조 육박
미국 중국 등 주요 해외 변수들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면서 코스피지수가 166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은 올해 최대인 5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여 강세를 뒷받침했다.

이로써 지수는 미 · 중 등 G2 리스크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1월 하순 수준을 회복했다. 120일 이동평균선(1634)도 40일 만에 웃돌았다.

낙관론자들은 미국 증시의 상승세와 함께 국내 증시도 계단식 반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달 1550선에서 1600대로 올라선 지수는 3월에는 1650선을 발판으로 1700대 진입을 노릴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경기지표가 부진하고 펀드 환매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은 추가 상승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수 1700선 이상의 펀드 매물벽은 최대 35조원으로 추정된다.

◆거래대금 한 달여 만의 최대

8일 코스피지수는 25.47포인트(1.56%) 뛰어오른 1660.04로 마감했다. 미국 은행규제와 중국 일부 은행의 개인대출 중단 쇼크로 지수가 급락하기 직전인 지난 1월25일 이후 최고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070억원가량을 순매수해 작년 11월19일(6771억원) 이후 가장 많이 주식을 사들였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5거래일 만에 1조3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 강화는 불안했던 해외 변수들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럽지역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 우려가 크게 완화된 데다 미국의 고용지표 등 실물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 외국인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기준으로 다우지수와 S&P500 지수가 2월 저점 대비 각각 7.4%와 9.0% 급등하는 등 미국 증시가 강하게 반등 중인 것도 긍정적이다.

외국인의 가세로 주식 거래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약 4조8626억원에 달해 지난 2월5일(4조9357억원) 이후 1개월여 만에 최고치에 올랐다.

종목별로는 대형주가 1.66% 상승해 중형주(1.08%)와 소형주(0.89%)를 압도했다. KB금융은 이사진 구성으로 경영 공백 우려가 줄었다는 평가에 3.55% 올랐고 삼성중공업(5.11%) 현대중공업(2.29%) 등 조선주도 업황 회복 기대로 동반 상승했다. 포스코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유 지분을 늘렸다는 소식에 3.30% 급등했다.

◆펀드 환매 압력은 부담

해외 악재가 잦아들자 추가 반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2월을 고비로 진정세를 찾았고 미 증시의 S&P500 지수는 전 고점을 불과 12포인트 남겨놓고 있다"며 "국내 증시도 계단식 상승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국채 대비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뜻하는 내재투자수익률은 2월 말 기준으로 한국이 12.13%를 기록,약 4년 만에 이머징 평균(10.92%)을 웃돌았다. 특히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주식의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추가 상승이 만만치 않다는 신중론도 적지않다. 특히 지수가 오르면 펀드 환매 압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2004년 7월부터 올해 1월12일까지 지수 1600~1650 구간에 국내 주식형펀드로 들어온 자금 중 환매하지 않고 남아 있는 투자금은 585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1700~1750 구간의 매물대는 6조1810억원,1750~1800 구간은 3조1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00선 이상의 펀드 매물대는 총 35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는 점과 뚜렷한 주도주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11일 발표되는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게 나올 경우 금리 인상과 위안화 절상 이슈가 다시 제기될 수 있는 것도 변수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경기 모멘텀이 약해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고 안착하기는 쉽지 않다"며 "단기적으로 박스권 등락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