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해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으로 연 3%후반~4%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은행 지점장들이 전결로 결정할 수 있는 최고금리 역시 올해 1월 첫째주 연 4.8%(6대 시중은행 평균)에서 이번 주 연 4.19%로 낮아지는 등 은행들의 예금유치 노력이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신한은행은 이번 주부터 '민트정기예금' 1년 만기 가입자에게 지난주보다 0.1%포인트 떨어진 연 3.9%의 금리를 적용한다. 신한은행은 급여이체와 신용카드 가입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우대금리를 통해 이보다 높은 금리를 주지만 주거래 고객이 아닌 일반 고객에게는 3%대의 이자율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키위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를 지난주 연 4.35%에서 이번 주 4.25%로 0.1%포인트 낮췄다. 하나은행도 지난주 연 4.35%이던 '2002년 월드컵 유치기원 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를 이번 주 4.25%로 인하했다. 국민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1%로 2주 전보다 0.05%포인트 낮아졌고 기업은행 예금 금리도 연 4.29%로 지난주보다 0.04%포인트 떨어졌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올 들어 고금리 특판예금을 통해 이미 대규모 예금을 유치해 놓은 데다 개인과 기업의 대출 수요가 많지 않아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들은 1월 21조5315억원,2월 13조4025억원 등 총 34조9340억원의 예금을 끌어들였다. 반면 같은 기간 대출은 1조4667억원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에는 은행권 대출 잔액이 8301억원 감소했다. 은행에 돈이 남아돌자 각 지점에 예금 유치를 독려하던 것도 거의 사라졌다.

은행의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채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예금 금리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초 연 5%대가 넘었던 3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하락세를 거듭해 8일 연 4.56%까지 떨어졌다.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연 3.44%로 연초 대비 0.6%포인트가량 하락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수요 부진으로 은행이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예금 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