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2011년까지 미군 철수"
게이츠 "선거 관련 폭력사태 놀라울 정도로 경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무장세력들에 의한 폭탄공격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이라크 주민들이 총선 투표에 대거 참여한 데 대해 경의를 표했다.

이라크에서는 이날 전국 18개 주 1만여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가 실시됐으나 바그다드와 팔루자, 바쿠바 등지에서 무장세력의 로켓탄과 박격포 공격으로 3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투표 참여를 위협하는 폭력행위에도 불구하고 이에 굴하지 않고 참정권을 행사한 수백만 이라크인들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들의 투표 참여는 이라크인들이 정치적 과정을 통해 이라크의 미래를 가꿔나가기 위한 선택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치하했다.

그는 거듭 "예상대로 알-카에다를 비롯한 극단주의자들이 민주적 권리를 행사하려는 무고한 주민을 살해함으로써 이라크의 진보를 방해하려는 폭력 사건들이 있었다"면서도 이번 총선이 "이라크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올해 8월까지 미군 전투병력을 철수하고 내년 말까지 나머지 잔류병력도 철수키로 방침을 정한 미국은 이번 총선을 통해 이라크 정국의 안정과 전후 재건이 본격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보안군이 총선 과정에서 강화된 치안 능력과 전문성을 보여줬다면서 "내년 말까지 모든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러 선거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폭력 사태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면서 "(이라크) 주변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는 이라크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이라크가 총선을 통해 민주적인 미래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평했다.

데이비드 밀리반드 영국 외교장관은 "이번 유혈사태는 이라크가 직면한 도전을 보여준다"면서도 "수백만의 이라크 주민이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효과적이고 책임 있는, 진정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정부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도 "이라크 주민들이 자신의 미래와 아이들을 위해 투표했다"며 경의를 표한 뒤 "이는 과거의 시련을 극복하고 테러리즘을 거부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쿠슈네르 장관은 이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재건과 민주주의를 위한 이라크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라크 총선과 함께 무장세력들의 공격이 거세짐에 따라 미군 철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총선과 관련한 폭력사태가 놀라울 정도로 경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게이츠 장관은 무장세력에 의한 '약간'의 공격이 있었지만 바그다드에서 박격포 등을 이용한 공격이 감행됐는지 확인된 바 없으며 남부 지역에서는 9개 주 가운데 8개 주에서 투표 당일 치안을 위협하는 사건이 일절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