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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무위도식족(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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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마르크스주의자들이 금언처럼 여기는 말이지만 정작 마르크스의 사위 폴 라파르그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라파르그는 노동이 신성시되는 상황 자체가 이데올로그들의 음모라며,노동하지 않을 권리를 내세웠다. 말하자면 '게으를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1911년 혁명을 위해 더 할 게 없다는 절망감에서 부인 라우라 마르크스와 동반자살하고 말았다.

    개념은 좀 다르지만 요즘도 게으를 권리를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이른바 '니트(NEET · Not in Education,Employment,Training)족'들이다. 한때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지금은 일할 의사가 없는 취업거부자들이다. 우리말로는 '무위도식 족(族)'쯤 된다고 할까.

    이렇게 무작정 놀고 먹는 젊은층이 계속 늘어 지난해 4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5~34세의 비(非)노동 인구 중 구직 통학 가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2004년 33만명이었으나 지난해 43만여명으로 늘어났다. 일본 니트족 64만여명(2008년) 보다는 적지만 최근의 증가세를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2002년 이후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우리는 지난 5년 새 30%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무위도식 족에도 종류가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아 취업을 미루는 '맞춤직업 추구형'에서부터 사회활동 자체를 꺼리는 '은둔형',충동적 범죄로 빠지기 쉬운 '잠재 비행형'까지 다양하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는 무위도식 족이 늘어나는 것을 사회병리 현상으로 본다. 단순히 청년실업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집단무기력증으로,경제 · 사회불안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올해도 고용시장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직장 구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미술가 · 가수 · 배우 · 칼럼니스트인 김형태씨는 '너 외롭구나'라는 책에서 "젊은층의 취업이 어려운 이유가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정확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확실하게 할 줄 아는 일이 없으며,실패를 두려워해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시작하지도 않는다"고 질타했다.

    게으를 권리만 찾다 보면 점점 위축된다. 일단 시도하다 실패하는 게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문제는 의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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