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시험 및 학교 공사 수주 과정의 비리 사건에 이어 자율형 사립고(자율고)에서 부정입학이 적발되고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도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 개혁이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긴급대책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자율고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이 주도하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간판이다. 자율과 경쟁 기조를 확산시키고 수요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재정 지원을 끊는 대신 학교 운영을 대폭 자율화한 자율형 사립고가 탄생했다. 하지만 학비가 일반고의 3배가량 비싼 자율형 사립고에 대해 귀족학교 논란이 일자 정부는 학교 정원의 20%를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혹은 학생의 사정을 잘 아는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저소득층 자녀로 채우는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을 신설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자녀들의 지원이 모자라자 미달된 자리를 은행 간부 자녀 등이 채운 것으로 이번에 드러났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입학사정관 전형 부정 의혹도 또 다른 '뇌관'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최근 입시학원가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에 쓰기 위한 상장 등을 만들어주는 브로커가 활동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조사 중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현 정부의 고등교육 부문 개혁을 상징한다. 이 대통령은 "임기 말께엔 100%에 가까운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할 정도로 입학사정관 전형 확대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서류를 조작해 '스펙'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이처럼 사태가 심각하게 번지자 이 대통령은 26일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책임 소재를 가리고 제도적 개선 방안을 포함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진동섭 교육과학문화수석과 권재진 민정수석 등을 불러 긴급 관계 수석회의를 갖고 "이번 사태에는 학교장 및 교육 당국의 책임도 크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비리를 척결하라고 지시했지만 입시 부정 사태가 연이어 터지자 재차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사안을 일회성 사건으로 파악하지 말고 발본적인 제도적 개선안을 만드는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장이 돈을 받고 부임하면 학생이나 학부모 누가 교사를 존경할 수 있겠는가"라며 "교육부는 교육감에 권한이 집중돼 있는 현황을 파악해 인사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한나라당 또한 중장기적 개선 대책을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차관도 "성적조작 사태로 홍역을 치른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도 제도 보완 등을 거치며 신뢰도가 높은 평가로 자리잡았다"며 "이번 자율고 사태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앞으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새옹지마'를 기대했다.

이상은/홍영식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