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사무국장, 교비횡령에 가족ㆍ지인 총동원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총 8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신흥학원 재단 간부는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가족과 지인들을 총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전날 구속된 신흥학원의 박모(53) 전 사무국장은 학원이 운영하는 인디언헤드 국제학교의 대표를 맡아 마치 곶감 빼내듯이 착착 학교 공금을 자신과 가족들의 주머니로 챙겨 넣었다.

박씨는 2001년 아내와 동생, 장인, 동생의 처가 식구 등을 학교 직원이나 강사인 것처럼 꾸며 최근까지 모두 6억여원의 교비를 이들의 급여 명목으로 빼돌렸다.

2003년에는 지인 10명을 모 경비업체 용역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올려놓고 이들에 대한 급여 명목으로 최근까지 8억여원을 교비에서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입학 자격이 없는 학생 2명을 국제학교에 등록시켜 주고 3년간 이들이 낸 수업료 8천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박씨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같은 학원 소속인 신흥대학의 강의동 신축 공사, 주차장 공사를 소규모 건설업체들에 발주하면서 업체와 짜고 공사비를 뻥튀기한 뒤 그 중 일부를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모두 26억여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가수금 또는 가지급금 명목으로 인디언헤드 국제학교의 교비 30억여원을 자신과 아내의 계좌로 입금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이 자금의 사용처를 추적중이다.

가수금과 가지급금은 현금의 수입이나 지출이 있어도 구체적인 내용과 액수가 당장 확정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임시 계정으로 액수가 줄거나 늘 수 있으며 결산 때 소멸하기 때문에 횡령범죄 등에 종종 사용된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박씨가 신흥학원 전 이사장인 민주당 강성종 의원의 인척이라는 점에서 강 의원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내달 초 국회 회기가 끝나는대로 그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