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0세 미만 미성년자들의 보유 주식 수가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가가 급락해 증여세 부담이 줄어든 시기를 틈타 부모들이 보유 주식을 자식에게 많이 증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24일 12월 결산법인 1727개사의 지난해 말 주주 분포를 분석한 결과,만 20세 미만 미성년자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총 33억8714만주에 달해 전년(5억2779만주)의 6.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주식 중에서 미성년자들이 가진 주식 비중도 2008년 말의 2.4%에서 지난해 말엔 7.9%로 크게 높아졌다. 미성년자의 보유 주식 수는 2007년 말에는 9935만주에 머물러 전체 주식에 대한 비중도 0.5% 수준에 그쳤었다.

미성년자들의 보유 주식이 이처럼 크게 증가한 것은 2008년 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초 1000선 밑으로 급락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부모가 주식을 자식에게 줄 때 부과되는 증여세는 증여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그만큼 세금을 적게 내게 된다.

이성운 우리투자증권 GS타워WMC센터 부장은 "증여세를 절감하려는 사람들은 주가 급락기를 이용해 증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미성년자들의 보유 주식은 대부분 증여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1인당 평균 보유 주식 수는 3만1967주로 전체 연령계층의 1인당 평균 보유 주식 수(1만268주)의 세 배를 넘었다. 또 주식을 1주 이상 보유한 미성년자 주주는 총 10만5959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12월 결산법인의 전체 주주 수는 416만명(중복 투자자 제외)으로 전년(400만명)보다 4.0% 증가했다. 1인당 평균 보유 종목 수는 3.12종목으로 조사됐다.

주주 수가 가장 많은 회사는 하이닉스로 총 32만1895명에 달했다. 이어 삼성중공업(20만7707명) 한국전력(19만5904명) KT(16만8189명) STX팬오션(15만6483명) LG전자(15만3392명) 등의 순이었다. 코스닥 기업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10만18명으로 주주가 가장 많았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