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장으로부터 사옥에 입주하니 꼭 한번 방문해 달라는 전화가 왔다. 15년 전 3D 기피현상 때문에 제조업을 포기하고 이민갔다가 새 업종을 발굴,한국으로 돌아온 분이었다. 수백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던 사장님이 일개 영업사원처럼 외롭고 힘들게 뛰던 때 그분을 만났다.

다행히 내가 도와줬던 전략이 적중하면서 승승장구해 그 분야의 대표적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10여년 만에 사옥까지 마련한 것이다. 며칠 전에는 매출 200억원대 외식프랜차이즈 B사장과 저녁식사를 했다. 10년 전 35평짜리 가게 하나로 시작했던 그는 현재 직영점 10개,가맹점 40개를 두고 700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스스로 1.5세대라고 말하는 C사장은 부모님이 운영하던 음식점 한 개를 자산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10년 만에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한식 제조공장을 만들었다.

누군가 기적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앞에서 말한 A,B,C사장의 사례들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창업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10년 전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면 상상할 수 없던 일이 현실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10년 만에 존재감도 없던 구멍가게를 매출 수백억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사례가 수두룩 하다. 그래서 나는 창업자들을 만나면 그 분의 10년 후 모습을 상상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더 성장할 수 있느냐이다. 진화가 끝이 없듯이 기업도 성장을 멈출 수 없다. 멈추는 순간 후퇴가 시작된다. 경쟁자가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매출 수백억원대에서 수천억원대로 변신할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선 기업들이 많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막는 걸림돌은 작은 기업을 성공시켰던 바로 그 리더십인 경우도 많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리더십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제왕적 리더십은 고객과 사회를 두려워하는 민주적 리더십으로,과시적 인간관계는 성공의 네트워크로 바뀌어야 한다. 때로는 CEO가 탁월한 실무 능력을 버리고 기업 철학의 수호자나 상징적인 존재로 거듭나야 할 때도 있다.

어려운 처지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은 풍부한 자원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경우 빨리 승부를 보려는 조급함을 보인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인내를 배워야 한다. 한국 대표 프랜차이즈 기업의 CEO들은 선택이 아닌 의무를 지니고 있다. 글로벌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한국을 넘어선 더 큰 기업으로 비상하는 모습을 이제 막 성장해 나가는 후배 CEO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위대한 기업가는 국가와 사회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장하고 개인의 영달을 넘어서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okceo@changup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