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세대' 얘기를 꺼내면 다들 "머리 아프다"고 말합니다. 휴대폰 잘 터지면 됐지 2세대면 어떻고 3세대면 어떻냐는 얘깁니다. 맞습니다. 소비자한테 중요한 건 세대가 아니라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동통신 세대 얘기도 유심히 들어보면 재밌습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0'에서는 4세대 이동통신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 얘기를 할까 합니다.

이동통신 기술은 3세대까지 왔습니다. 기술방식은 크게 WCDMA와 CDMA 2000으로 나뉩니다. SK텔레콤 T와 KT 쇼는 WCDMA 서비스,LG텔레콤 오즈는 CDMA 2000 서비스입니다. 대세는 WCDMA입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4세대로 넘어가는데 WCDMA에서 진화한 LTE(롱텀에볼루션)와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CDMA 2000은 진화를 멈추고 사실상 LTE에 흡수됐습니다.

4세대 이동통신 유력후보로 등장한 LTE는 3세대 WCDMA에서 진화한 기술이고 WCDMA는 2세대 GSM에서 진화한 기술입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는 바로 이 진영에서 주최하는 전시회 겸 컨퍼런스입니다. 우리나라는 "CDMA 종주국" 운운하던 시절에는 이쪽 진영 행사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는 대거 몰려가 정보를 얻고 신기술 신제품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번 MWC에서는 3개 이동통신사가 '전향'을 선언해 세계 통신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MWC 주최자인 GSM협회는 15일 미국 버라이즌과 중국 차이나텔레콤,일본 KDDI 등 CDMA 진영 3개 이동통신사가 회원사로 가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CDMA 진영을 지키는 몇 안되는 '장수' 중에 힘 좀 쓴다는 '빅3'가 한꺼번에 적진으로 투항한 겁니다. 이것으로 CDMA는 종말을 고한 셈이 됐습니다.

미국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은 금년 말께 LTE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60일 현장시험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CDMA 사업자인 버라이즌은 지난해부터 LTE 진영으로 넘어가겠다는 의사를 비치곤 했습니다. 중국 3위 사업자인 차이나텔레콤도 기술고립을 우려해 LTE 진영으로 돌아섰습니다. 일본 KDDI도 마찬가지.KDDI는 2012년 말께 LTE를 상용화할 예정입니다.

2세대까지만 해도 CDMA 진영은 GSM 진영에 맞서며 세계 시장의 30%가량을 장악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CDMA 원천기술 보유 기업인 미국 퀄컴과 버라이즌,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F 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3세대로 넘어가면서 SK텔레콤과 KTF가 GSM에서 진화한 WCDMA를 채택했고 이제는 버라이즌마저 넘어갔습니다. 퀄컴도 이번에 준회원으로 GSM협회에 가입했습니다.

GSM협회에 따르면 현재 74개 이동통신사가 LTE를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상용화 준비를 끝낸 곳도 있고 시작한 곳도 있습니다. 최초의 상용 서비스는 작년 말 스웨덴 텔리아소네라가 시작했습니다. 금년 말에는 일본 NTT도코모,중국 차이나모바일,미국 버라이즌이 상용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시장조사기업 인포네틱스는 2013년에는 LTE 가입자가 7200만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싸움이 끝난 건 아닙니다. 미국 3위 사업자인 스프린트가 와이맥스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가히 '와이맥스 진영의 계백장군'이라고 할 만합니다. 스프린트는 미국 27개 지역에서 와이맥스 서비스를 하고 있고 연말까지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힙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와이맥스를 도입하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 한국은 바로 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WCDMA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는 WCDMA에서 진화한 LTE를 택하는 게 유리하겠죠.CDMA 2000에서 길이 막힌 LG텔레콤 역시 LTE를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와이브로(와이맥스)입니다. 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에 많은 돈을 투자했고 정부는 추가 투자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개입이 지나치다 보면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