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선데이-1박2일' 욕지도 동행취재기

"강호동이가 여(여기) 있어예?", "MC몽 사인받고 싶어요!"

경남 통영 앞바다에 있는 13㎢의 작은 섬마을 욕지도가 들떠 있었다.

10-20대는 이승기, 은지원과 MC몽을, 40-50대는 강호동이 온다는 소리에 잔뜩 설렌 듯했다.

기자들이 탄 버스가 배에서 내려 욕지도에 들어서는 순간에도 주민들이 다가와 버스기사에게 강호동이 이 버스에 탔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한 학생은 MC몽의 사인을 받으려고 CD까지 사왔다며 사인을 졸랐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은 19-20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녹화를 진행했다.

66번째 '1박2일' 여행이자 남극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여행인 이번 녹화는 20여명의 기자단도 동행하는 '프레스 데이(Press Day)'로 마련됐다.

이날 녹화분은 3월21일과 28일에 걸쳐 방송된다.

◇복불복, 복불복, 또 복불복
19일 오전 6시에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한 기자단은 통영까지 긴 여정으로 지친 몸을 욕지도로 들어가는 배에 싣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점심으로 통영 명물인 충무김밥도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출연진이 머문 옆방에서는 이 충무김밥을 두고 한바탕 쟁탈전이 벌어졌다.

이른바 '충무김밥 복불복'. 김밥을 먹는 사람은 욕지도에 들어가자마자 고등어잡이에 나서야 했다.

고등어잡이를 마치고 잠깐 방에서 쉬었을까.

다시 이들을 기다린 것은 다름아닌 저녁식사 복불복이었다.

제작진은 도다리, 해삼, 소라, 볼락, 전복 등 '욕지도 용궁뷔페'를 마련했지만 출연진은 복불복 게임에 연거푸 실패해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잠자리 복불복과 취침 기상 미션 등이 이어지는 동안 출연진의 배는 곯고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갔다.

◇강호동의 '야생' 리더십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답게 메인 MC인 강호동의 '야생' 리더십은 프로그램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예상치도 못한 시간에 PD를 카메라 앞으로 불러내 다음에 진행할 남극행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고, 매시간 '버라이어티 정신'을 내세워 온몸을 던졌다.

복불복 게임에서도 과감히 PD와 협상하고, 때로는 PD가 '오케이' 하지 않았는데도 "일단 해보자"고 출연진들을 '선동'했다.

게임에 임할 때도 동료 못지않은 열심을 보였다.

거구를 이끌고 쿵쿵거리며 줄넘기를 하는가 하면, 제기를 차려고 추운 날씨에도 마르지 않은 신발을 신었다.

그런데도 "동료들과 함께여서 할 수 있다"고 공을 다른 출연진에 돌리는 의젓함도 보였다.

◇카메라 뒤의 사람들
카메라 뒤 제작진의 노력도 엄청났다.

출연진들의 옷을 세탁하거나 음식을 준비하는 등의 허드렛일부터 조명과 카메라, 전체 진행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램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는 것이 스태프들이다.

스태프들은 출연진이 쉬는 시간에도 쉬지 못한다.

출연진이 앞으로 해볼 게임을 직접 먼저 해봐야 하는 탓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제기차기와 줄넘기를 해낼 수 있는지, 족구 공이 자갈밭에서 어떻게 튀는지 모두 스태프들의 실험을 거친다.

카메라 기본 3대는 출연진이 잠을 잘 때도 돌아간다.

복불복 게임에서는 10여대의 카메라가 한꺼번에 움직인다.

최근에는 김종민이 복귀하면서 대수가 더 늘었다.

싸들고 온 짐들도 만만치 않다.

'1박2일' 깃발은 물론이고 언제 방송에 쓰일지 모르는 공과 각종 게임용품과 방송장비들, 그리고 벌칙용 준비물인 까나리액젓과 매운 캅사이신 소스도 필수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식사량도 엄청나다.

제작진 80여명이 해치우는 밥은 끼니마다 120인분이 넘는다.

출연진들이 밥을 향한 열정으로 복불복 게임에 도전한다면, 스태프들 역시 '밥심'으로 엄청난 작업을 해낼 수 있는 셈이다.

◇남극행 준비도 착착 = 이번 통영 녹화에서 제작진은 국내 예능프로그램 최초의 남극행도 틈틈이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프로그램의 나영석 PD는 19일 최근 남극에 다녀왔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이냐는 강호동 등 출연진들의 질문에 "사전답사차 남극을 가려 했으나 블리자드(남극 특유의 거센 눈보라)가 심해 비행편이 취소되면서 남극 땅을 밟지 못했다"며 "칠레에서 남극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왔다"고 답했다.

출연진은 나 PD가 '블리자드'라는 말을 꺼내자 거부감을 보이며 "심하면 6개월 동안 블리자드가 계속될 수도 있다는데, 남극에 들어갔을 때 블리자드가 불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나 PD는 "출연진이 모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정신으로 가면 잘 다녀올 수 있을 것"이라며 "세종기지에 있는 연구원들은 1년 동안 휴가도 없이 고립돼서 일한다.

그분들을 찾아가 활력을 주는 것이 우리가 남극을 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호동은 "(제작진은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시키니까 가는 것일 뿐"이라고 농담을 했지만, 이승기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인 만큼 사실 출연진 모두 의욕 충만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프로그램 녹화장에서 이명한 PD를 비롯한 제작진도 틈틈이 모여 카메라 등 방송장비와 개인물품을 어떻게 부칠지, 최소인원은 적정선은 어느 정도인지를 논의하는 모습이었다.

'1박2일'의 남극행은 3월9일부터 22일까지 13박14일 일정으로 진행되며 4월께 4회분으로 편집돼 방송될 예정이다.

(욕지도<통영>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