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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런던 뒷골목 구두공과 파티걸이 만든 '럭셔리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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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미추 스토리 | 로렌 골드스타인 크로우 외 지음 | 김민주 옮김 | 미래의창 | 375쪽 | 1만4000원
    '구두의 명인' 지미추.그는 런던 뒷골목의 허름한 공방에서 수제화 구두를 만들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이 젊은이는 구두 만드는 솜씨가 대단한데다 디자인까지 뛰어났다.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런던 상류층 여성들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그의 가게에 찾아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다이애나 비까지 구두를 주문했다.

    <보그>지 액세서리 파트에서 일하던 '날라리 파티걸' 타마라도 잡지에 구두 화보를 실으면서 지미추를 알게 됐다. 그녀는 그의 구두에서 미래 비즈니스의 기회를 발견했다. 지미추 또한 자신의 재능에 날개를 달아볼 욕심으로 타마라의 동업 제의를 수락하면서 50 대 50의 지분으로 '지미추'를 설립했다.

    그는 디자인과 자신의 이름을 제공했고 실질적으로 현금을 투자한 쪽은 타마라와 그녀의 가족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비달 사순을 크게 키워낸 경영인이었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타마라는 남다른 비즈니스 수완과 패션 감각,런던 사교계의 인맥을 바탕으로 회사를 쑥쑥 키웠다. 그러나 동업은 곧 불화로 이어졌다. 결국 지미추는 자기 지분을 팔아 회사를 떠나고 타마라가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이후 그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하는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집중공략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지미추 브랜드를 '레드카펫 구두'의 반열에 올려놓게 된다.

    《지미추 스토리》는 1996년에 설립된 지미추의 성공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리면서 명품산업의 화려한 이면을 함께 비춘다.

    앞부분에는 두 사람의 만남과 창업 과정이 펼쳐지고 중반부에는 '섹스앤더시티' 여주인공들을 앞세운 럭셔리 비즈니스의 숨은 얘기들이 전개된다. 후반부에는 럭셔리 브랜드의 인수합병전을 벌이는 금융업계의 큰손들이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

    세계적인 사모펀드들은 돈이 될 만한 럭셔리 브랜드를 사들여 몇년 동안 덩치를 키운 다음 다시 매각해 몇 배의 수익률을 남기는 게임을 벌인다. 영국의 신생기업 지미추가 시장에 나온 지 몇년 지나지 않아 몇 배로 덩치를 키우는 것을 증권가는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미추는 몇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쳐 엄청난 브랜드 가치를 지니게 됐다. 2001년 2100만파운드였던 것이 2004년 라이언 캐피털에 매각될 때 1억100만파운드였다가 2007년 타워브룩 캐피털이 인수할 때는 1억8500만파운드(약 3350억원)에 달했다. 매각과 인수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타마라는 여전히 지미추의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경영은 전문경영인 조슈아 슐만이 맡고 있다.

    현재 지미추는 30여개국에 100개가 넘는 매장을 두고 있다. 구두뿐만 아니라 핸드백과 향수,선글래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토털 액세서리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그 과정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기발하고 참신한 PR전략,유행을 창조하는 디자인,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셀러브리티 마케팅의 힘이 결정적인 승리를 안겨줬다.

    구두 하나로 세계를 사로잡은 패션계 리더들의 열정과 노력에서 진정한 성공의 의미와 현실적 비즈니스 감각까지 배울 수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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