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설 연휴 직후부터 나온다.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라는 생소한 이름의 기준금리가 적용된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16일부터 은행에서 선을 보인다.

새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고민할 게 없다. 코픽스 기준 대출금리가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형 대출금리보다 낮기 때문이다. CD연동형은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뀌지만 코픽스 연동형은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 금리가 바뀌는 만큼 금리 상승기에 코픽스가 유리하다.

문제는 기존 대출자들이다. 갈아탈 것인지,기존 대출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가 최대 고민이다. 대출금리 조건이 개인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중도금 · 전세 대출에도 코픽스 적용

새 대출의 기준금리인 코픽스는 오는 16일 발표된다. 대출금리는 CD연동형에 비해 0.2~0.3%포인트가량 낮게 결정될 예정이다. 새로운 대출금리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작용한 덕택이다.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은 코픽스가 발표되는 16일 새 대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중도금대출,전세자금대출 등 주요 주택 관련 대출에 모두 코픽스 연동형 상품을 만들 것"이라며 "코픽스가 얼마로 발표될지 모르기에 정확한 이자율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CD연동형보다는 0.2~0.3%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CD연동형보다 코픽스 금리를 낮게 가져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인하폭은 0.2~0.3%포인트로 예상된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달 말께 코픽스 연동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선보이는 코픽스 상품은 크게 두 종류다. 매달 말일 기준 수신잔액으로 산출된 코픽스를 사용하거나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코픽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 두 가지 상품을 각각 내놓은 뒤 시장 반응을 지켜보면서 혼합 대출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두 가지 코픽스를 3 대 7,5 대 5 등으로 혼합해 반영하는 대출상품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대출자 '갈아타기'관심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으려는 사람들은 코픽스 대출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이유는 두 가지다. 코픽스의 대출금리가 CD연동형보다 낮고,금리 상승기일수록 여러 개의 장기금융상품을 골고루 반영한 코픽스가 변동성이 적고 향후 금리상승폭도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주택 대출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세 가지 경우로 구분해보자.첫째,CD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2008년 말 이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CD금리에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매우 낮아 현재 연 3.5~4% 정도 이자를 내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당시 아파트 집단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0.7%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적용받은 사례도 꽤 많다. 이 경우 코픽스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 코픽스 대출금리는 연 5.5%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갈아타면 이자부담이 오히려 늘어난다.

둘째,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로 매우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받아 연 6% 안팎의 이자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코픽스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 당장 대출이자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기존의 CD연동형 대출금리가 코픽스보다 낮긴 하지만 그 폭이 0.5%포인트 이내로 적은 경우다. 갈아타기를 할 경우 향후 금리상승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대출이자가 약간 늘어난다는 부담이 생긴다. 금리변동 위험을 줄이는 이점과 당장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단점 사이에서 고민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 당장 결정하기보다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다. 향후 6개월 동안은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갈아탈 기회가 한 번 주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내 한국은행의 정책금리가 올라 CD금리가 뛴다면 갈아타기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반면 경기가 더블딥(일시 상승 후 재침체)에 빠져 금리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떨어진다면 갈아탈 필요가 없다. 6개월 뒤인 올해 7월 중순까지 갈아타기 여부를 최종 결정하면 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

'Cost of Funds Index'의 약자로 '은행의 자금 조달금리가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수'다. 대출금리 기준으로 많이 활용돼 온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변동성도 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 개발됐다.

9개 은행(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국민 외환 한국씨티)이 한 달에 한 번 조달금리에 관한 자료를 은행연합회에 제출하면 연합회가 이를 가중평균해 코픽스를 산출한다. 지수 산출에 반영되는 은행의 조달 수단은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CD 환매조건부채권매도 표지어음매출 금융채 등이다. 후순위채와 전환사채 등 자본 성격이 있는 채권은 제외된다.

연합회는 매달 15일 오후 3시 홈페이지(www.kfb.or.kr)에 코픽스를 공개한다. 이번 달은 설 연휴가 있어 16일에 발표된다. 코픽스는 잔액 기준과 신규 기준 등 두 종류로 공시된다. 잔액 기준은 은행들이 조달해 갖고 있는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신규 기준은 해당 월에 새로 조달한 자금의 평균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은행들은 코픽스에 부대비용과 수익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 금리를 정하게 된다. 매달 새로운 코픽스가 발표되므로 코픽스 연동 대출의 금리는 매달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픽스는 9개 은행의 조달금리를 기준으로 하지만 지방은행 등 이에 포함되지 않는 은행들과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서도 코픽스 연동 대출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