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기 시흥에서 몸으로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의 리히터 규모 3.0 지진이 발생했다.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 등 첨단 설비가 산재해 있는 국내 산업현장은 약한 지진에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등 피해가 커질 수 있어서다.

대표 수출 품목인 전자제품은 지진에 가장 취약하다. D램과 LCD(액정표시장치)패널 생산공장은 보통 규모 7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으나 약한 지진이 발생해도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미세한 진동이 제품의 품질을 떨어트릴 수 있어 자동으로 가동을 멈추도록 한 것.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하이닉스 반도체 이천공장 등은 규모 2 지진이 발생하면 가동을 중단하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잦은 지진으로 반도체 생산을 수시로 중단했다 재가동하는 대만 업체들의 얘기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대표 통신 수단으로 자리잡은 이동전화망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동통신사들은 교환국사 등의 통신 설비를 구축할 때 규모 6의 진동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대도시에 설치한 대다수 기지국,중계기들이다.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기존 건물을 임대해 옥상이나 지하에 장비를 설치하다 보니 지진 발생 때 통신망이 마비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업들의 각종 데이터를 보관하고 서비스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도 지진 발생 때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최근 내진 설계를 강화하고 있다. LG CNS가 서울 상암동에 구축한 IDC는 80㎜의 철골을 도입,리히터 규모 8.0 지진까지 견딜 수 있도록 했다. KT,삼성 등의 IDC도 대부분 규모 7.0의 내진 설계를 적용했다.

보다 완벽한 대비를 위해서는 건물 자체의 내진 설계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에도 진동파를 차단하는 면진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물 바닥이 흔들리는 진동파까지 차단시켜 서버 등의 장비가 넘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태훈/송형석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