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부호들의 탈세 혐의에 연루돼 비밀계좌의 전통이 무너진 스위스 대형 은행 UBS가 고객들의 잇따른 예금 인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4분기 기록한 1년 만의 깜짝 흑자마저도 빛이 바랬다.

UBS는 작년 4분기(10~12월) 순이익이 12억1000만스위스프랑(약 11억30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9일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4억2600만스위스프랑)를 뛰어넘는 성적표다. UBS 측은 금융위기 이후 직원 1만8500명의 정리해고 등 비용 절감 노력과 부실자산 매각,투자은행(IB) 부문 호조 등이 실적 호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 300년간 철통 보안을 자랑해오던 UBS의 비밀계좌는 지난해 8월 UBS가 미국 정부에 고객 4450명의 명단을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유리 계좌'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비밀주의를 믿고 돈을 맡겼다가 UBS 계좌로부터 발을 빼는 부자 고객들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BS의 개인 자산관리 사업인 프라이빗뱅킹(PB) 부문에서 지난해 4분기 빠져나간 자금은 총 330억스위스프랑(309억달러)으로 전 분기 대비 두 배가량 늘었으며,2009년 연간으로는 총 900억스위스프랑(843억달러)에 달했다. 2008년의 경우 PB 부문의 예금 인출 규모는 총 1070억스위스프랑(1002억달러)이었다.

이에 대해 오스발트 그뤼벨 UBS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흑자전환으로 고객 신뢰도가 높아져 예금 인출 사태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